전민정 사회생활부 기자

29일 제약협회 이사회 관련 브리핑에서 터져나온 윤석근 이사장의 폭탄 발언에 기자들은 물론 업계 관계자들까지 일순간에 술렁였다. 불과 몇주전만 하더라도 회원사들의 소송 참여를 독려하던 윤 이사장이었다. 하지만 이날 그는 슈퍼 갑(甲) 복지부의 ‘거대한 벽’앞에 스스로 꼬리를 내며 패장(敗將)을 자처했다.
어떻게든 약값 인하를 막아보겠다며 취소소송에 총대를 메던 협회 수장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복지부와의 대립각을 세우는 데 따른 부담감을 덜기 위한 비겁한 변명만이 난무했다. 업계 현안을 원만하게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뒤로는 칼(소송)을 숨기고 앞에서는 웃는 이중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무책임한 꼼수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소송을 제기한 나머지 업체들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엔 “(소송) 포기 여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발뺌했다. 또 회원사들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사정도 이해하고 서운한 감도 없다고도 했다.
윤 이사장은 “이번 소송 취하 결정에 복지부의 압력은 없었다”며 외압이나 야합을 경계했다. 향후 복지부와 원만한 관계를 위해 스스로 판단을 내렸다는 설명이었다.
제약협회는 회원사 215곳을 둔 제약업계의 대표 단체다. 그가 대표로 있는 일성제약이 제기한 소송은 일개 제약사만의 사안은 아니다. 대표성과 상징성이 크기에 소송 취하에 개인적인 판단을 개입시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이사장 회사가 백기투항한 상황에서 정부와 제약업계간의 약가 소송전은 사실상 막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회원사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협회의 수장이라면 업계의 미래를 먼저 걱정하는 게 순서다. 도대체 이사장 자리가 갖는 역할과 책임에 대해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따져묻고 싶다. 사령탑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개인의 안위만을 도모할 것이라면 차라리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맞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