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울시까지 나선 수수료 압박

이상혁 정치경제부 기자

“안 그래도 정부와 금융당국이 수수료 인하를 하라고 압박하고 있는데, 굳이 서울시까지 나설 필요가 있나 의문입니다. 서울시만 너무 앞서 추진하게 되면 지역별 형평성 문제도 있고요.” 국내 모 카드사 관계자의 말이다.

서울시는 중소상인 카드수수료 인하를 추진 중이다. 특히 시는 올해 첫 타깃으로 택시의 카드수수료율을 낮추기로 했다.

시는 4월 1일부터 3개 카드사(삼성·현대·비씨카드)의 서울택시 카드결제 수수료율이 2.1%에서 1.9%로 인하된다고 25일 밝혔다. 시는 나머지 카드사와는 오는 7월 1일 재계약 시 1.9%의 수수료를 적용하도록 협의 중이고, 2014년까지는 모두 1.5% 수준으로 인하할 예정이다.

카드사가 취하는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특히 중소 가맹점에 적용되는 수수료율이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보다 평균 2.79% 높기 때문에, 중소상인의 부담 해소를 위해 수수료 인하를 확대하겠다는 게 시의 방침이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금융감독 당국의 강한 영업규제와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여건으로 순이익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며 울상이다.

지난 2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1년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을 보면, 작년 전업카드사(KB국민카드 제외 6개사)의 순이익은 약 1조3000원이며, 지난해 3월 분사한 KB국민카드를 포함한 순이익은 1조5382억원이다. 전년도 2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가량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성급한 카드 수수료율 인하는 일반 카드회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수수료가 낮게 설정되면 카드회원에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들고, 연회비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는 카드이용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자를 다독여 약자와 나눠 갖도록 하고픈 시의 심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균형’을 잃어선 안 된다.

이번 택시 카드수수료 인하 건만 해도 그렇다. 택시회사 및 기사들의 하소연에 귀 기울이기 이전에, 택시 미터기 조작과 바가지 요금 근절 등 보다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하고 볼 일이다. 그래야 시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