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입’에 달린 분당·김해 공천

명분 앞세운 ‘불가론’ 예비주자들 속만 태원

4.27재보선 공천을 둘러싼 한나라당내 잡음이 점입가경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은 분당이다. 분당 공천의 ‘키’는 홍준표 최고위원이 쥐고 있다. 거론되는 유력주자들 모두 홍 최고위원의 불가론을 넘어야만 최종 공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당내에선 “재보선 공천은 홍 최고위원에게 물어봐라”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홍 최고위원의 불가론에는 뚜렷한 명분이 있다.

분당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정운찬 전 총리의 경우 세종시 등 국정혼란에 대한 책임성 문책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난 만큼 당의 주자로 내세울 수 없다는 논리다. 총리 시절 보여줬던 정 전 총리의 미숙한 행정력과 최근 말썽을 일으킨 ‘이익공유제’제안 등으로 당 지도부도 홍 최고위원의 강경한 ‘불가’(不可) 방침에 고개를 끄덕인다.

강재섭 전 대표를 향해선 5공 인물, 과거 회귀 등의 이유를 들며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고 공세 수위를 한껏 높였다. 또 재기를 하려면 분당처럼 손쉬운 지역이 아니라 어려운 접전지에 출마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텃밭인 대구에서 5번 해놓고 경기도의 강남으로 불리는 분당 출마를 노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얘기다. 심지어 강 전 대표가 공천될 경우 상대측의 선대위원장을 맡아서라도 떨어뜨리겠다고 말할 정도로 불가 수위는 높다.

이러다 보니 조윤선, 정옥임 의원 등 여성 비례대표 차출론까지 제기됐으나 비례대표를 또 다시 당세가 강한 지역에 내보낸다는 건 명분과 형평에 어긋난다는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일부 보도와는 달리 지난 8일 비공개 지도부 회동에선 이도저도 안 되다 보니 비례 차출론이 잠시 거론됐으나 곧바로 수면 아래로 잦아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홍 최고위원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선거에 뛰어들 기세를 보이자 “김해을 보선은 ‘박연차 보선’인데 박연차 스캔들로 총리직에서 낙마한 사람을 내보낸다는 게 정치도리 상 맞느냐. 표를 요구할 그 어떤 명분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홍 최고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이번 재보선은 당이 사활을 걸 필요도, 정권의 운명을 걸 필요도 없는 극히 일부지역의 제한적 선거”라며 승리에 연연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재보선 성패에 자리를 걸어야 하는 안상수 대표와 원희룡 사무총장 입장에선 홍 최고위원의 주장에 동의하기 힘들다. 문제는 홍 최고위원의 ‘명분 있는 반대’에 마땅히 대응할 방도가 없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최근 거론되고 있는 주자들은 하나같이 애만 태우고 있다. 특히 최근 이익공유제 발언으로 급진좌파로까지 몰린 정 전 총리는 불출마로 마음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급히 홍 최고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자제를 요청했으나 정 전 총리의 감정은 이미 상할 만큼 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이미 예비후보로 등록한 강 전 대표의 출마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홍 최고위원 입장에선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시 경쟁자였던 안상수 후보 쪽에 선 강 전 대표가 6선의 타이틀을 달고 다시 원내로 들어오는 것은 정 전 총리 경우보다 더 기분 나쁜 상황으로 여겨진다.

차악을 피하려다 최악에 처하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게 당 핵심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홍 최고위원이 ‘명분’이라는 자기 덫에 걸렸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홍 최고위원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여권의 눈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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