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전세 커플링]①동반하락 주택시장 향배는
서울과 수도권 대다수 지역에서 주택 매매가격 하락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전세값까지 하락하면서 주택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동반 하락이 주택시장을 붕괴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전세-매매가격 동반 하락=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일부 수도권 지역에서 작년 1월 중순이후 끝을 모르고 오르던 전세가격의 오름세가 끝나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닥터아파트 등 부동산 정보업체가 자체 집계한 현재 서울도심권 전세가격은 -0.02%로 작년 1월 중순 이후 1년4개월만에 내려갔다.
서울에서는 성북구(-0.26%)와 강북구(-0.24%) 송파구(-0.22%), 양천구(-0.10%), 마포구(-0.04%), 관악구(-0.04%), 광진구(-0.03%), 동대문구(-0.02%) 순으로 하락했다.
인천과 경기도 북부 신도시 지역의 전세가격 역시 소폭이지만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파주신도시가 0.13% 내렸고 인천 계양구(-0.08%), 일산신도시(-0.04%), 김포시(-0.04%), 남양주시(-0.04%), 산본신도시(-0.01%) 등도 떨어졌다.
매매가격은 올 초부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도심 주택 매매가격은 14주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 1월 3.3㎡당 1415원에서 5월 1843만원으로 -0.75% 하락했다.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는 -1.24% 떨어졌다.
◇전문가, 하락세 당분간 이어질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심리적 위축과 지난 2007년 분양한 아파트에 대한 입주 대기 물량이 증가하면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주택 구매심리에 국지적으로 넘쳐나는 입주물량이 더해지면서 전세와 매매가격을 동반 하락시키는 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서울도심에서는 지난달 29일에 강북구 미아뉴타운에서 래미안 1, 2차 2577가구의 입주가 시작됐고 6월들어 성북구와 은평뉴타운 등 비교적 큰 규모의 단지에 3934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경기도 역시 이달에만 1만4443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여름 비수기인 7월에도 수도권에서만 1만553가구의 입주가 대기중이다.
이들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하락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전세.임대수요를 통해 금융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전세가 하락 부담으로 매물을 내놓기 시작하면 시장이 걷잡을 수 없게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인한 미분양 적체 물량에다가 입주물량이 더해지면서 집값 하락을 부추기고 전세가격도 계절적 비수기와 맞물려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주택가격 하락에도 매매가격이 급락하지 않았던 것은 전세가격 상승이 완충작용 해줬기 때문이다"면서 "이런 효과가 사라진다면 매매가격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매매-전세 커플링]②추가 하락 전조인가?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나경제(43.가명)씨. 나씨는 올여름 분가를 하려다 포기했다. 분양아파트와 기존 아파트를 놓고 저울질 하던 그는 집값이 곤두박질치자 당분간 분가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 나씨는 "집을 사려면 금융상품에 넣어둔 돈만으로는 부족해 융자를 얻어야 하는데 금리가 곧 오른다고 들었다"며 "집값도 더 떨어진다는 데 무리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용산구에 사는 강남길(35.가명)씨는 최근 시댁과 합치기로 하고 전세집을 알아보고 있다. 시부모와 같은 아파트에서 따로 전세를 얻어 살어던 그는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단지의 전세가격이 하락하자 두 집이 합쳐 옮겨가기로 했다. 그동안 합가를 고려해 왔던 강씨는 저렴한 전세집으로 옮기고 관리비로 줄여볼 요량이다.
매매 뿐 아니라 전세시장에서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아파트 매수자들이 사라진지는 오래 전 얘기고 세입자마저 실종되고 있다. 전국에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는 가운데 올해만 32만여가구(수도권 17만가구)에 이르는 입주물량 폭탄이 터지자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하락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이런 현상은 서울과 신도시에서 두드러진다.
최근 서울 전세가가 주간기준(5월 마지막주)으로 16개월만에 내림세로 반전됐고 수도권 신도시와 인천 전세가격도 하락했다. 서울 성북구와 은평구는 뉴타운 신규 입주물량의 여파로 인해 공급과잉 현상이 벌어지면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올 초 매매거래가 끊겼다는 성북구 일대 중개업소는 전세거래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전세값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길음동 뉴타운푸르지오 109㎡(33평형)과 하월곡동 삼섬래미안 80㎡(24평형)은 같은 기간 1000만 원 떨어진 1억 8500만 원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은평구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올 초에 공급된 아파트들도 현재까지 세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은평뉴타운 3지구가 다음달 입주를 기다리고 있어 전세가격 하락폭이 심화될 태새다. 갈현동 라이프시티 102㎡(31평형)와 증산동 덕원 50㎡(15평형)의 전세시세가격은 각각 1억1250만 원, 7800만원으로 전주대비 1000만 원 내렸다.
지난 주 약세를 보였던 노원구, 광진구, 서초구 등도 거래부진에 따라 전세가격 하락조짐이 보이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 주공2단지 60㎡(18평형)의 전세가격은 7750만 원으로 한 주간 500만 원 가량 내림세를 보였다. 상계동 주공1단지 66㎡(20평형)도 지난 주에 비해 250만 원 하락한 1억750만 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신도시는 세입자 구경하기가 더욱 힘들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수도권 신도시는 일산이 -0.05%의 변동률을 보이고 있고 경기도 산본(-0.02%)과 평촌(-0.02%)까지 하락장에 합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가 하락이 집값을 추가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간 집값 폭락을 막는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전세가격마저 하락한다면 시장을 지지해 줄 방패막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분양팀장은 "연말에 3차보금자리 주택공급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거래활성화를 위해 특별한 조치를 내놓지 않는 이상 서울과 수도권 거래시장은 더욱더 악화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커플링 현상이 용인이나 고양에서 쏟아져 나올 하반기 입주물량 폭탄에 주목하고 있다. 집주인들이 전세매물을 대량으로 풀면 매매가와 전세가 동반하락 현상이 더 심각해 질 수 있다는 견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집값 상승을 견인할 동인이 없다. 규제라는 정책의 틀이 바뀌지 쉽지 않아 금리도 올릴 예정이어서 시장이 더 어두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매매가와 전세가 하락 현상이 시장이 바닥에 다가왔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부성 부동산부테크 연구소장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도 매매가와 전세가 동반하락 현상이 있었다. 하지만 수개월지나 시장은 반등했다"며 "학습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