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이유 있는 항변

40년 거래 불구 “재무약정 유감”

현대그룹이 주거래은행 변경 검토라는 초강수를 뒀다. 현대그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 등 채권단이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에 최종 선정키로 결의한 데 따른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대그룹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40년 이상 거래를 지속해 왔던 외환은행에 대한 서운함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대그룹측은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외환은행이 해운산업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약정 체결과 관련해 비밀유지 의무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주거래은행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력기업인 현대상선이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무약정 대상으로 선정됐다는데 유감”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 같은 섭섭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현대상선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 7500억 원, 영업이익 116억 원을 달성해 흑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4분기 대비 11.8% 상승했으며 영업이익은 817억 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한 것이다. 지난해 극심한 불황으로 인해 대부분의 해운선사들이 적자를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때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흑자전환이지만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현대상선이 다른 선사들에 비해 손실을 최소화한 것이 간과된 점도 현대그룹 측이 반발하는 요인이다. 컨테이너 부문에서 -11.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세계 1위선사인 머스크(Maersk)의 -9.1% 다음으로 낮은 수준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해운시황이 살아나고 있어 현대상선의 2분기 실적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단순히 지난해 기준으로만 판단한 것도 현대그룹으로선 불만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 운임 시황의 지표인 HR지수(컨테이너 용선료지수)는 5월 12일 기준 466.6포인트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벌크운임 지수인 BDI도 5월 18일 기준 3882포인트로 4000포인트대에 육박하고 있다.

외환은행이 지적한 부채비율에 대해서도 해운업계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현대그룹은 지적하고 있다. 일반 기업과 달리 해운업체들은 부채비율을 200% 내외로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 해운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선박의 경우 도입 비용이 커 금융차입을 통해 인수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장기부채가 상대적으로 많아지게 된다. 부채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자산 가치가 분명한 선박 등을 담보로 차입한 돈이기 때문에 채권은행들이 회수에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운업계에서는 284%를 기록한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이 해운업계에서는 오히려 건전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채권단과 재무구조 약정을 체결하면 경영 전반에 대해 채권단의 간섭을 받게 된다. 따라서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에 따라 채권단이 부채비율 감소 등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자산 매각을 요구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한진해운도 부채비율 감소를 위해 컨테이너선을 매각한 뒤 업황 호전시 선박 부족을 겪은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대그룹의 강경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이 실제로 주거래은행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금융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채무를 모두 변제해야할 뿐만 아니라 주거래은행 외의 은행과의 채무관계 새 주거래은행 선정 등 결별을 위한 절차가 간단하지 않기 때문.

또 주거래은행을 바꾼다하더라도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 그룹이라는 지위는 여전하다는 점에서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가며 은행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현대그룹이 주거래은행을 바꾸더라도 외환은행을 대신해 나설 은행도 많지 않다”면서 “오랫동안 거래해온 외환은행에 대한 서운함 표현의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지난 1967년부터 외환은행과 주거래은행 관계를 맺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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