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양날의 칼 출구전략

출구전략은 말 그대로 양날의 칼이다. 출구전략을 시행하면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지만 가계와 일부 금융기관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단 국내에 출구전략이 미뤄진다면 물가압력과 자산 버블 현상으로 경제성장률이 다시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소 박사는 “경제학적으로 볼 때 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려면 균형성장과 균형통화가 적절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누가 봐도 엇갈린 형국”이라며 “만약 저금리가 지속되고 금리인상 시기를 놓친다면 언젠가는 인플레이션이나 버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는 결국 경제성장이 하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해 금리를 묶은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게 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들은 선제적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면서 기초체력을 부실화 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컨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부실화를 최소화하고 기초체력을 늘릴 수 있는 반면, 저금리가 지속될 경우 은행 저금리에 근근이 버티면서 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 번에 부도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단기금리에만 치우쳐 장기적 R&D(연구ㆍ개발)를 회피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저금리가 지속될 경우 기업들의 부실화도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만약 금리가 선제적으로 단행됐을 경우 건설업체들이 지금처럼 줄 부도 사태를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금리가 인상될 경우 시중에 풀린 돈이 흡수되면서 물가압력은 막을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과 가계의 부담이 더욱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금리상승으로 최근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소비도 다시 하락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전환 등 해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17일 국내 금융시장은 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한 시장의 불안감이 재차 확산되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글로벌 투자심리의 위축이 장기화하면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당시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될 정도다.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그리스의 신용등급 강등설에 이어 이번 주에는 일본의 신용등급 하향 루머가 떠는 가운데 시장의 불안감이 조속히 해소되지 않으면 우리나라도 직.간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제 금융시장이 급속히 경색되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산하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17일까지 3조9000억원 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했으며, 지난 7일에는 순매도 규모가 역대 최대치인 1조200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작년 말 기준 외국인 투자 잔액 7527억6000만달러 중 동유럽을 제외한 유럽연합(EU)은 31%인 2343억달러로 외환보유액 2788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각각 555억달러와 1735억달러인 일본과 미국의 자금도 금융시장이 경색되면 이탈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원자재 가격과 유가 상승 등도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난달 원자재 물가는 전월보다 3.9% 올랐으며, 원유와 유연탄은 각각 6.0%와 8.6% 급등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정책금리(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대내외 경제여건 평가’ 보고서에서 “하반기 대외적인 위험으로 유가 급등 우려와 남유럽 재정위기 등이 있어 금리 인상 시점을 판단할 때 고려돼야 할 것”이라며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을 미룰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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