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발행에만 급급.. 유통에는 뾰족한 해답 없어
한국은행이 발행한 5만원권 지폐가 세금잡아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뾰족한 방안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고액권을 발행하면 축의금이나 세뱃돈 단위가 높아지고 업체들의 제품도 5만 원대의 상품을 내놓으면서 경기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 비상금용으로 집안에 쌓아두고 있기 때문.
특히 은행들의 자동화기기(ATMㆍCD) 이용기기 역시 5만원권이 가능한 기기는 영업점에 1대 꼴에 불과해 이용마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10만원권 수표를 대체하기 위해 발행한 5만원권이 발행된지 10개월이 흘렀지만,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발행 규모는 매달 증가하고 있지만, 실수요는 눈에 띄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5만원권 발행 규모는 지난해 6월말 2조4000억원에서 올해 2월말 현재 12조92억원에 달하면서 8개월 여 만에 10조원가량 증가했다.
매달 평균 1조원 이상 5만원권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당초 5만원권이 발행되면 축의금이나 세뱃돈, 부조금 등의 단위가 높아지고, 기업들 역시 5만원권 마케팅이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같은 장밋빛 전망은 보기 좋게 무너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현재 5만 원 권을 상대로 한 마케팅은 찾아볼 수 없으며, 특히 대부분의 국민들도 고액권을 이용하기보다는 따로 보관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서민들이 즐겨 이용하는 택시나 음식점ㆍ편의점 등에서 5000원 미만의 물품을 구입할 때는 서로 눈치 보기에 나서고 있어 고액권에 따른 부작용만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들의 고액권 외면도 심각하다.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영업점에 비치한 자동화기기는 총 3만여 대가 훌쩍 넘는다. 이중 5만원 권이 가능한 자동화기기는 4000여대에 불과하다. 간신히 10%를 넘어선 수준이다.
특히 은행 영업점마다 평균 4~5대의 자동화기기를 비치했다고 가정할 경우 5만 원 권 이용이 가능한 기계는 1대에 불과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에서 5만원권 이용이 가능한 기계는 영업점마다 평균 1대 정도로 보면 된다”면서 “아직까지 수요가 많지 않고 5만원권이 가능한 기계로 변경할 경우 비용 부담이 높아 당분간 지금 수요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액권이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이유는 개인 사업자들이 거스름돈에 대한 부담 때문에 고액권을 거부하거나 집안에 쌓아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서민들이 즐겨 이용하는 택시나 음식점, 편의점 등에서는 200~3000원짜리 물건을 구입할 때 5만원권을 건네주면 대부분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때문에 상점에서 담배를 구입할 때도 아예 2갑 이상을 미리 사거나, 가까운 거리를 택시로 이용할 경우 아예 1만원이나 1000원짜리로 거슬러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일반 가정에서는 아예 비상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집 안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측은 뾰족한 방법을 못찾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일반 국민들의 경우 5만원권을 이용하지 않고 대부분 비상용으로만 이용해 수요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사실상 수요자들이 이용하지 않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황당한 해명으로 일관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은 내부에서 따로 비용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들 역시 자동화기기 교체 비용에 대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모든 기기를 교체하는데 공감대는 형성하고 있다. 조만간 여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액권이 발행되면서 사실상 10원짜리 동전의 수요는 눈에 띄게 감소됐다”며 “최근 들어 한은이 거액을 들여 현금 발행에만 취중 할 뿐 돈의 유통에 대해서는 방관하고 있는 것 같다. 고액권이 제2의 10원짜리 동전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한은이) 발행에만 신경 쓰지 말고 시장에 돈을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