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담님 제발 있는 그대로 말해 주세요”

며칠 전 진동하는 핸드폰을 받자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인투자자였다.

이 투자자는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직업을 가진 49세의 여성으로 9개월 전 모 코스닥 업체에 1억 여원 가까이 투자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코스닥 시장에서 판치는 단타가 아닌 회사의 비젼과 향후 전망을 보고 단 차례의 매도도 없이 끈질기게 보유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9개월이 넘은 현재 남은 것이라고는 40% 가까운 손실과 주식담당자로부터 “내가 당신한테 우리 회사 주식을 사라고 했느냐”는 핀잔뿐이다.

이 투자자의 심정은 투자 손실에 대한 안타까움보다는 주식담당자의 한결같은 장밋빛 전망을 믿었던 데에 대한 자책감으로 가득찼다.

주가가 하락하자 회사에 문제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동안 비교적 상냥하게 답변했던 담당자가 돌변해 “내가 당신한테 우리 회사 주식을 사라고 했느냐”는 막말이 귀를 때릴때 마음이 아팟다고 했다.

이 투자자는 “주가는 떨어져 손실은 늘어 나는데 답답하지 않은 투자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사업 진척에 대해 물으면 항상 ‘잘되고 있습니다’,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라고 말하는 데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고 했다.

‘차라리 사업이 안 될 것 같습니다’라든지 있는 사실 그대로를 말해줬으면 내 판단 실수를 인정하고 진작 매도했을 텐데...그랬다면 손실도 덜 보고 회사로부터 기분 나쁜 소리도 듣지 않았을 텐데..라는 자책과 아쉬움 섞인 말을 흐릿하게 늘어 놓았다.

"개미 투자자가 무슨 정보가 있겠습니다. 회사에서 말해주는 것이 전부이고 또한 그것을 믿고 기다리는 건데 차라리 앞으로는 ‘꾸미지 않은 사실 그대로를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멍든 투자자의 뒤늦은 후회다.

적지 않은 주식담당자가 있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부풀려 말함으로써 투자자를 유인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대기업 눈치, 정부 눈치 등을 살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사실 그대로를 제대로 말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회사와 투자자들을 위한다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알려주는 것 또한 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투자의 책임은‘개인의 몫’이라지만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막은 주식담당자가 있다면 이는 책임을 넘어선 문제라고 본다.

또 다른 순진한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관리와 감시가 철저히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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