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새해 들어 예금삼매경에 빠졌다.
불과 2~3년전 까지만 해도 글로벌 금융그룹이라는 슬로건으로 본격적인 해외진출과 인수ㆍ합병(M&A) 등 공격적인 영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최근에는 예금금리 경쟁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최근 공격적 경영과는 달리 금리 싸움에 취중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시장이 위축되고 금융당국의 '관치금융'이라는 논란이 확산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예금상품 가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일부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에 대한 종합검사가 시행되고 있고 앞으로 다른 은행들까지 확산된다는 소문에 공격적 마케팅은 가급적 축소하는 모습”이라며 “앞으로 세계 금융시장으로서의 도약을 위해서는 M&A와 해외진출이 시급하긴 하지만, 일단 궂은 날씨는 피하고 보자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를 입증하듯 최근 KB금융은 푸르덴셜투자 증권 본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결정해 금융업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당초 KB금융은 계열사와의 균형성장을 위해 대형 증권사 인수를 희망한다고 수차례 밝혔고 푸르덴셜투자증권의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꼽혀왔다.
하지만 강정원 행장이 지난 해 12월 말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에 사퇴하고 금융당국의 종합검사까지 진행 중이서 결국 당분간 외형확대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KB금융의 최대 숙원인 외환은행 인수도 전면 차질이 생기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금융지주 회장이 사실상 공석이라서 당분간 M&A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특수 은행을 제외하면 해외진출도 소극적이다.
일단 은행별로 보면, 국민ㆍ하나은행은 CIS(독립국가연합)권과 중국건, 남아시아권을 잇는 'KB 트라이앵글 네트워크‘ 구축을 전략으로 삼고 다음 초 카자흐스탄 BCC은행 지분 9.6%를 추가 인수해 전체 지분을 40.1%로 확대키로 했다.
하나은행은 중국 지린은행 지분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곳은 지난 2008년 중단되다가 올해들어 다시 추진중인 곳이다.
우리은행 역시 교포은행인 LA한미은행에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해외진출은 이미 과거에 이미 계약했거나 중단된 것을 재추진하는 것일 뿐 올해 들어 새롭게 진행되는 곳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해외진출이 활발하다는 말은 사실상 못한다. 다만, 그동안 잠시 중단된 계획을 올해 다시 재추진 하거나 꾸준히 관리하는 수준”이라며 “사실상 해외여업에 손을 놓을 수 없어 형식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해 금융당국이 파생상품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을 묻고 일부 최고경영자들이 사퇴하는 악재가 겹치면서 은행권 전체가 보수적 경영으로 전환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당분간 공격적 마케팅은 힘들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손쉽게 자금을 유치할 수 있고 금융당국으로부터 자유로운 예금상품 늘리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일부 은행은 행장이 직접 나서 예금가입을 하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일부 은행들의 고금리 예금 특판은 한달도 채 안돼 예태금액을 가득 채웠다.
실제로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269조3770억원에서 27일 현재 284조9077억 원을 기록, 무려 15조5307억 원이나 증가했다. 또 월말에다 금리경쟁 유치가 치열한 현 상황을 감안하면 증가폭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ㆍ외 금융시장이 위축되고 자칫 무리수를 두다 더 큰 손실을 가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가장 안전한 특판 유치에만 열을 올릴수 밖에 없다”며“지금 현 상황을 보면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따라 은행들의 마케팅 전략도 보수와 공격으로 나눠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