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기후데이터, ‘원산지‘ 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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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 오후 ‘서울 40도 돌파’ 소식이 휴대전화 화면을 채웠다. 노원구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서 오후 3시 28분 40.2도가 관측됐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이 마침내 40도 시대를 맞았다는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 그날 서울의 최고기온은 38.0도를 기록했다. 기록이 깨졌다는 사람과 기상청 발표와 다르다며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한 공간에 뒤섞였다.

종로구 송월동에 위치한 서울기상관측소 종관기상관측장비(ASOS)에서 관측한 38.0도는 서울을 대표하는 기온으로 최적의 관측환경에서 오랜 기간 같은 기준으로 자료를 쌓아 역대 최고기온이나 평년값처럼 기후변화 추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반면 노원에서 40.2도를 관측한 자동기상관측장비(AWS)는 동네 곳곳의 날씨를 관측해 위험 기상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장비로 관측 기간이 비교적 짧고 지점이 옮겨지기도 해 기후학적 관점에서 역대 기록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렇듯 같은 기상청 자료라도 어떻게 활용되는 장비인지 밝히지 않으면 숫자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기상예보에 출처가 없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4월 SNS에는 ‘올해 6월 역대급 장마가 온다’, ‘한 달 내내 비가 내린다’는 게시물이 퍼졌다. 하지만 SNS에 퍼진 예보는 1991~2020년 30년 평균, 즉 기상청의 ‘장마 평년값’이었다. 같은 통계를 보면 평년 장마철 31~32일 가운데 비가 내린 날은 17~18일 안팎이다. ‘한 달 내내 비’라는 말은 애초에 사실과 달랐던 셈이다. ‘30년 평균’이라는 설명과 출처가 빠진 채 숫자만 퍼지면서 과거의 평균이 올해의 예보처럼 읽혔다.

이에 기상청은 공식 SNS를 통해 해당 내용은 기상청 공식 발표가 아니라고 밝혔다. 현재 기상청은 2009년부터 장마기간을 예보하지 않으며 장마의 시작과 끝은 여름이 지난 뒤에 분석해 사후 발표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사례는 출처만 분명히 했어도 줄일 수 있었던 오해다. 식당에서 재료의 원산지를 확인했을 때 더 믿고 먹을 수 있는 것처럼 데이터도 출처가 분명할 때 신뢰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기상법’은 2015년부터 기상청에 신청해 제공받은 기상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때 출처를 밝히도록 해 왔다. 9월 18일 시행된 개정 ‘기상법’은 그 대상을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등 온라인을 통해 내려받은 모든 기상기후 데이터와 이를 활용한 정보로 넓히고, 제3자 제공뿐 아니라 공표하는 경우에도 출처를 밝히도록 했다.

출처를 표시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누가 만든 자료인지, 어느 지역에서 언제 관측한 값인지, 그대로 옮긴 것인지 손을 본 것인지를 밝히면 된다. 예를 들어, 지역 폭염 보고서라면 그래프 아래에 ‘자료 출처: 기상청’을 명시하면 된다. 기상청 예보를 바탕으로 날씨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거나 방송·신문 등에서 일기예보를 전달한다면 ‘기상청 예보자료 활용’을 적으면 충분하다.

출처 표시는 규제가 아니라 신뢰의 장치다. 기상청은 오늘도 전국의 관측망에서 들어오는 자료를 점검하고 보관하며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화면 속 숫자 하나에도 수십 년간 쌓인 관측과 검증의 시간이 담겨 있다. 그 시간이 올바르게 쓰이기 위해서는 데이터 인용처 ‘기상청’을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이 한 줄이 우리 사회의 날씨 이야기를 더 믿을 수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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