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후폭풍(上)] 민주당 상∙하원 장악∙∙∙클래리티법 연내 처리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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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가상자산 입법 구상 변화 예고
투자자 보호, 이해충돌 방지 등 쟁점∙∙∙접점 확보가 관건
클래리티법 연내 처리 불투명∙∙∙재협상 여지는 여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차지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가상자산 입법 구상에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공화당이 주도해 온 시장구조 개편 논의의 무게중심이 민주당으로 이동하면서 규제의 방향과 강도를 둘러싼 양당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특히 클래리티법은 가상자산 시장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핵심 법안으로 언급돼 온 만큼, 입법 일정과 내용 모두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법안 처리 시점보다 투자자 보호와 이해충돌 방지 등 쟁점에서 얼마나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향후 입법의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지=챗GPT)

의회 주도권 민주당으로∙∙∙클래리티법 향방은?

로이터는 4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이 지난 3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압승하며 연방 상∙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최소 54석을 차지하고 하원 의석도 30석 이상 늘리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견제력을 강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의회를 상대하게 됐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가상자산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민주당이 내년 1월 출범하는 새 의회에서 주요 상임위원회와 입법 의사일정을 주도하게 되면서 공화당의 가상자산 규제 완화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가상자산업계는 이번 선거에서 친가상자산 성향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2억 달러를 투입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특히 오하이오주 상원 선거에서는 가상자산업계 정치활동위원회(PAC)가 60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음에도 가상자산 규제에 비판적인 민주당 셰러드 브라운(Sherrod Brown) 후보가 승리했다.

다만 업계가 지원한 후보 상당수는 당선돼 정치적 영향력이 전면적으로 약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가장 큰 관심은 클래리티법의 향방이다. ‘클래리티법’(CLARITY Act)은 가상자산이 증권인지 상품인지에 대한 분류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권한을 명확히 하는 법안이다.

그러나 클래리티법은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상황에서도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상원은 지난 9월 클래리티법을 본회의 심의 안건으로 채택하기 위한 토론종결 표결을 했지만,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부결됐다. 법안 심의에 필요한 60표를 얻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의 가상자산 사업을 둘러싼 이해충돌 문제와 불법금융 방지 조항의 실효성 등을 문제 삼았다. 공화당에서도 제리 모런(Jerry Moran), 수전 콜린스(Suzanne Collins), 조시 홀리(Josh Hawley), 톰 틸리스(Thomas Tillis) 의원 등 4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최종 표결 결과에는 절차적 판단도 반영됐다. 틸리스 의원은 애초 찬성할 예정이었지만, ‘재심의 동의’(Motion to Reconsider)를 제기할 수 있도록 반대표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찬반 구도는 50대 49였으나, 공식적으로는 부결 처리됐다.

클래리티법 무산 단정 일러∙∙∙초당적 공감대 존재

이처럼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상황에서도 클래리티법의 상원 처리는 무산됐다. 민주당이 차기 의회 주도권까지 쥐면서 연내 법안 처리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국내 전문가들은 기존 법안의 연내 통과는 불투명하지만, 내년 민주당 주도의 수정안 발의와 재협상 여지는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김대성 변호사는 연내 입법을 위한 마지막 기회인 11~12월 레임덕 회기에서도 법안 처리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이 내년 새 의회에서 입법 주도권을 갖게 되는 만큼 기존 법안에 서둘러 합의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 변호사는 “법안의 소멸보다는 의제 주도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간 재협상 국면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며 “2028년 대선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이 실질적인 입법의 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피닛블록 정구태 대표는 민주당이 기존 문안에 서둘러 합의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봤다. 그는 공직자 윤리와 불법금융 방지 조항을 두고 양당이 공동 문안을 마련할 수 있느냐가 입법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했다고 해서 클래리티법이 반드시 무산되는 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법안이 하원에서 민주당 의원 70명 이상의 지지를 받는 등 가상자산 규제 체계 마련 자체에 대한 초당적 공감대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디지털에셋 조진석 대표는 “공화당이 추진한 법안이라는 이유만으로 클래리티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낮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며 “민주당이 오히려 이해상충 방지 조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안 통과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민주당이 요구하는 규제 수준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지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이 유지되는 만큼 양측의 타협 없이는 입법이 쉽지 않다.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강형구 교수는 지난 9월 상원 표결이 법안의 최종 부결이 아닌 심의 개시를 위한 절차적 표결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민주당 내부에도 가상자산 제도화에 찬성하는 의원이 있어 입법 자체가 무산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설명이다. 그는 “관건은 정당 이름보다는 공직자 이해상충, 불법자금 통제, 투자자 보호를 둘러싼 타협”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지연 가능성이 커졌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안전장치를 보완한 수정안의 합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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