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저튼인가 서프라이즈인가”…낯설지만 계속 보게 되는 K-로판
이세영·이종석 호평 속 주지훈 스타일링에는 “반사판 대달라”

나비에, 소비에슈, 하인리, 라스타. 등장인물의 이름부터 익숙하지 않습니다. 한국 배우들이 화려한 드레스와 제복을 입고 유럽풍 황궁을 오가지만, 편지와 거리의 간판에는 한글이 등장하는데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재혼 황후’를 접한 시청자들의 첫 과제는 바로 이 낯선 세계에 들어가는 일이었죠.
‘재혼 황후’는 동대제국 황후 나비에(신민아 분)가 도망 노예 라스타(이세영 분)에게 빠진 황제 소비에슈(주지훈 분)로부터 이혼을 통보받고,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 서왕국 왕자 하인리(이종석 분)와의 재혼 승인을 요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요. 3일 1~4회가 공개됐고, 전체 10회로 제작됐습니다.


드라마는 원작 웹소설과 웹툰의 서양풍 세계관을 한국 사극으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겼는데요. 동대제국 황실은 독일 슐라이스하임성에서, 나비에와 하인리가 만나는 정원은 체코 크로메르지시 정원에서 촬영했습니다. 체코 쿠트나호라 거리에는 한글 간판을 단 상점도 배치했죠.
제작진이 만든 독자적인 판타지 세계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시청자의 반응은 갈렸습니다. “국내 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웠던 세계라 신선하다”는 평가가 나온 반면, 한국 배우들이 긴 서양식 이름을 부르고 유럽풍 복식과 한국어 대사가 한 화면에 섞인 모습이 낯설다는 반응도 이어졌는데요.
온라인에서는 “외국 배우가 한국 사극을 찍는 모습을 보는 기분”, “차라리 한복을 입히고 한국 사극으로 각색했으면 자연스러웠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죠. 포스터보다 배우들이 움직이며 대사를 주고받는 영상에서 이질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지적도 있었죠.

로맨스 판타지 특유의 과장된 대사와 연출을 두고는 ‘항마력’이라는 표현이 빠지지 않았는데요. 황제와 황후라는 호칭, 하인리의 윙크와 “나의 퀸” 같은 대사를 실사로 마주하자 “오글거려 보기 힘들다”,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온 겁니다.
반면 ‘꽃보다 남자’, ‘미남이시네요’, ‘상속자들’ 등 과장된 설정과 대사가 특징인 로맨스 드라마를 즐겨 본 시청자들은 이를 익숙한 장르 문법으로 받아들였다는 평인데요. “이미 항마력 훈련을 마쳤다”, “이 정도는 견딜 만하다”며 오히려 낯선 이름과 대사를 유머로 소비하는 반응도 이어졌죠.

화면의 완성도를 두고도 평가가 갈렸습니다. 독일과 체코에서 촬영한 궁전·정원, 화려한 무도회와 의상은 “한국판 브리저튼”이라는 호평을 받았는데요.
반면 일부 의상과 실내 공간이 코스프레나 재연 드라마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이어졌죠. 공식 티저에는 “브리저튼과 서프라이즈를 오간다”, “고급스러운 서프라이즈인데 재미있어 보인다”는 댓글이 달렸는데요. 같은 화려함이 누군가에게는 볼거리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질감으로 다가온 셈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낯선 세계관으로 들어가는 문턱을 낮췄습니다. 이세영은 천진난만한 얼굴로 나비에를 자극하는 라스타의 얄미움을 살려 “얼굴이 개연성”, “라스타 그 자체”라는 호평을 받았는데요.
티저 속 윙크로 우려를 샀던 이종석은 본편에서 분위기를 뒤집었습니다. 능글맞고 장난스러운 하인리와 특유의 연기 방식이 잘 어울린다는 말이 이어졌죠. 신민아는 나비에의 기품과 절제된 감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지만, 원작의 차갑고 날카로운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주지훈은 뻔뻔한 소비에슈를 연기해 시청자의 분노를 끌어냈죠. 다만 다른 인물보다 어둡게 잡힌 조명과 피부 표현, 화려한 의상은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황제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 “누가 반사판 좀 대달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일부 댓글은 배우의 외모와 나이를 직접 겨냥했지만, 논쟁은 주로 조명과 분장, 의상에 집중됐죠.

낯선 세계관이 곧 시청 포기로 이어진 것은 아닌데요. 1~4회가 풀린 뒤 디즈니+ 공식 영상에는 “1화 초반을 넘기니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판처럼 재미있다”, “4시간이 금방 갔다”, “생각보다 괜찮다”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달 31일 공개된 약 8분 분량의 영상에서도 감지됐죠. “스틸컷만 보고 걱정했는데 배우들이 연기로 잡아준다”, “서프라이즈 같을까 봐 우려했지만 재미있어 보인다”는 말이 나왔는데요. 포스터에서는 복식과 외형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면, 이야기가 시작된 뒤에는 불륜과 배신, 이혼과 재혼이라는 익숙한 치정극이 힘을 발휘한 거죠.
‘재혼 황후’를 향한 시선은 호평과 혹평 중 하나로 정리하기 어렵습니다. 낯선 화면과 과장된 설정에는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빠른 전개와 배우들의 연기에는 점수를 주고 있는데요.
세계관의 문턱을 넘은 시청자는 이미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5·6회는 11일 공개되죠. 아직 나비에와 소비에슈라는 이름이 아직 입에 붙지 않은 이들까지 동대제국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요? 이제 이야기의 힘에 달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