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확산 통한 산업고부가화가 살길
노동유연성 등 혁신 생태계 구축을

최근 글로벌 AI 투자 열풍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이 유례없는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10월 반도체 수출은 564억4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59.4% 늘었다. 이는 10월 수출액으로는 최고 기록이며, 지난 9월(603억달러)에 이은 역대 2위 수출액이다.
덕분에 10월 전체 수출도 1100억달러를 넘어서 올해 누적 수출이 9000억달러를 돌파해 연 1조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투자증가율 및 경제성장률이 대폭 높아지는 등 경제 전반이 호황에 진입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K자형 양극화’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소수의 반도체 기업을 제외한 전통 주력 산업과 대다수 중소기업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오죽하면 영업이익으로 차입금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이 전체의 40%를 넘고 있을까. 게다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현 AI 투자의 지속불가능 우려가 현실화되거나 한·미·중·일 사이의 반도체 생산 경쟁이 본격화되어 반도체 수출이 둔화한다면, 우리는 외환위기 직전 및 코로나 종식 후 겪었던 수출 급감과 부(-)의 경제성장률을 다시 마주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반도체 붐에 취해 있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벌어준 귀중한 시간과 재정 여력을 십분 활용하여, 메모리 반도체 제조에만 능한 국가를 넘어 반도체 전·후방 공급망 전반을 장악한 국가, 피지컬 AI 및 로봇 산업에서 앞선 국가, 전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스마트 팩토리화 및 초개인화를 완성한 국가로 탈바꿈해야 한다.
현재의 반도체 제조라는 ‘점’을 넘어 전·후방 공급망이라는 ‘선’, 횡적 연관산업이라는 ‘면’, 그리고 주력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및 첨단 산업의 육성이라는 ‘입체’로 디지털전환(DX)을 확산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은 반도체 기업들이 구심점이 되어 호황의 온기를 연관산업으로 넓히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출 증가를 넘어 AI 반도체 및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고, 반도체 설계 및 소재·부품·장비 역량 강화 등을 통해 반도체산업 전반의 아키텍처를 장악하고 대체 불가한 자생적 생태계를 국내에 구축해야 한다.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는 반도체 수요기반 확충 및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강력한 지렛대가 될 수 있으므로, 차질없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신속히 반도체 거점을 전국으로 확장하고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여 디지털 하드웨어의 글로벌 경쟁력을 압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렇게 확보된 하드웨어 역량은 ‘디지털기술의 활용 심화’로 이어져야 한다. 제조분야 AI모델 및 피지컬 AI를 신속히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국내 제조업 전반의 스마트 팩토리화를 촉진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로써 제조 현장에 ‘고객 최적화된 유연생산체제’를 정착시키고, 독보적인 신소재 및 신상품 중심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재편할 수 있다. 서비스업 또한 디지털전환 기반 초개인화를 추진해 고부가가치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나아가 AI기술을 활용한 첨단바이오, 신에너지, 로봇 및 자율주행차량 등 신산업 육성도 결코 게을리해선 안 된다. 한편, 국가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디지털전환 역량이 취약한 중소 제조·서비스 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이들 기업에 공공 데이터센터 및 AI모델 등을 제공하고, 기술 지도 바우처 및 컨설팅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산업 전환이 성공하려면 과감한 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다. 첨단 산업과 연구개발(R&D) 직군에 대해서는 주 52시간제를 과감히 풀어 노동 유연성을 부여해야 한다. 벤처기업을 위한 규제 철폐와 인내자본 확충 등도 중요하다. 플랫폼 대기업의 개방적 협력과 상생 노력 또한 혁신 증진을 위해 빠질 수 없는 요소다. AI붐 관련 초과 세수를 이용해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은 투명한 관리하에 디지털 ‘인재’의 육성과 ‘인프라’의 구축에만 사용되어야 한다.
요컨대, 현재의 반도체분야 성공을 단일 품목의 울타리에 가둬서는 안 된다. 이를 마중물 삼아 국내 전·후방 산업은 물론 횡적 연관 산업 나아가, 전체 제조 및 서비스 산업의 디지털 전환 및 혁신생태계 구축을 가속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사업모델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로써 한국 경제가 대체불가한 세계적 선도자로 자리잡고 생산성 및 고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모두 함께 비상하는 ‘한강의 기적 2.0’을 완성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