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료를 하다 보면 심부전으로 숨이 차고 몸이 붓는 환자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요양병원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빠지는 환자가 많다. 세월의 역경을 지나오며 심장의 병과 함께 마음의 상처도 안고 있을 것이다. 심장 상태를 평가하고 치료하면서 환자의 불안과 두려움에 귀를 기울이고, 그 안에 남아 있는 희망도 헤아려야 한다.
필자도 수년 전 허혈성 심장병을 앓았고 현재 좌심실 박출률은 약 48%다. 심박출량은 심장이 1분 동안 내보내는 혈액량이며, 좌심실 박출률은 좌심실에 채워진 혈액 중 한 번 수축할 때 내보내는 비율이다. 두 수치는 심장 기능을 평가하는 지표가 된다.
사랑과 감동이 심박출량을 높인다고 단정할 직접적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은 심장 박동과 자율신경 조절에 영향을 미친다. 따뜻한 애착과 긍정적 감정이 스트레스에 따른 심혈관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들도 보고돼 있다.
심장은 우리 몸의 엔진과 같다. 온몸에 혈액을 보내며 생명을 지탱한다. 필자도 꾸준히 치료받으며 운동과 식사 등 생활습관을 관리하고 있다. 환자로 살아가면서 환자의 고통을 이전보다 가까이 느끼게 되었다. 환자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심장음에 귀 기울이는 짧은 침묵은 밀도 높은 생명의 대화가 된다.
몸이 늙어도 사랑 앞에서 심장은 좀처럼 늙지 않는다. 토머스 하디는 ‘거울 속을 들여다보네’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황폐해지는 내 피부를 보네.
그리고 이렇게 말하네. “하나님께서 차라리
내 심장을 저렇게 수척하게, 사그라지게 하셨더라면!”
그러면 차라리 점점 싸늘해지는 심장이
나를 괴롭힐 리 없으니,
나는 평온하게
영원한 안식을 외로이 기다릴 수 있을 텐데
ㅡ이하 생략, 윤명옥 옮김
시 속의 심장은 또 다른 고동을 들려준다. 화자는 거울에 비친 쇠락한 몸을 바라보며 마음도 그만큼 시들었더라면 좋았겠다고 탄식한다. 몸은 쇠약해지는데 사랑의 감정은 여전히 가슴에서 두근거리기 때문이다. 마음이 사그라진다면 사랑에 괴로워하지 않고 평온하게 죽음을 기다릴 수 있으리라는 역설이다.
의사는 심장의 기능과 함께 그 안에 살아 있는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 숨이 덜 차게 걷고, 그리운 사람을 만나고, 다시 사랑하도록 돕는 일. 우리가 심장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그 박동에 아직 살아갈 날들의 열정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서종호 부천시민의원 진료원장/한국의사시인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