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전 노동조합법은 노동쟁의를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규정했다. 개정법은 여기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 등을 추가했다. 경영권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교섭 요구를 일괄 거절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다만 모든 경영 판단이 곧바로 교섭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9월 발표한 시행지침은 결정 자체와 그에 따른 근로조건 변동을 구분한다. 공장 이전이나 AI 도입 결정 자체는 의무적 교섭대상이 아니지만, 실행 과정의 배치전환, 근무형태 변경, 고용안정 대책 등은 교섭대상이 될 수 있다. 핵심은 구체화 정도다. 투자계획 발표나 막연한 인력 조정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지만, 인력운영계획 등이 구체화돼 근로조건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된다면 교섭을 준비해야 한다.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먼저 노조 요구를 항목별로 나눠야 한다. 하나의 요구안에도 공장 이전 철회와 통근 지원, 고용유지 요구가 섞일 수 있다. 이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 다음으로 경영계획 단계부터 인사관리 방안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사업부서가 계획을 확정한 뒤 인사부서가 뒤늦게 대응해서는 갈등을 줄이기 어렵다. 재배치 원칙, 직무교육, 이전 지원 등을 미리 마련한 사업장일수록 갈등이 적다는 것을 현장에서 자주 확인한다. 노사협의회를 통한 정보 공유도 유용하지만, 단체교섭을 대신하는 절차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시행지침은 실무상 참고 기준일 뿐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다. 지침 발표와 같은 달, 사업경영상 결정의 범위를 정리해고·구조조정보다 넓게 본 하급심 판결도 나왔다. 지침만 믿고 교섭을 거부하기보다 요구 내용과 계획의 구체화 정도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노조가 경영 결정에 반대하는 이유는 대개 결정 그 자체보다 그 이후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내 일자리와 근로조건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먼저 답하는 기업이 갈등을 예방하고 교섭의 주도권도 쥔다. 박준 노무법인 라움 대표·공인노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