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맞춤형 ‘K푸드 성장정책’ 펼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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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방정부 협력해 생태계 조성
韓 이미지 높일 국가브랜드로 키워
일자리와 경제 활력 제고 한몫해야

본격적인 AI 시대가 열리고 있다. AI는 산업구조와 경쟁의 원리를 바꾸고 인간의 생활방식까지 변화시킨다. 농업과 식품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앞으로는 생산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시장 수요와 소비자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면 생산증대가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 농가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K푸드도 새로운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까지 K푸드의 성장은 한국 음식 특유의 맛과 품질, 가격 경쟁력, 한류의 인기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이러한 강점을 유지하면서 데이터, 생명공학, 로봇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세계 소비자의 취향과 시장 변화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기술 혁신을 국내 농업의 발전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식품기업, 농업인과 유관기관의 역할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첫째, 정부는 시장을 대신하기보다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정부가 시장과 기업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 기업의 창의성과 기업가정신이 충분히 발휘되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민간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식품안전 기준과 국제인증 대응, 해외시장 정보 제공, 통상협력, 지식재산권 보호, 물류·유통망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K푸드는 농업과 식품산업을 넘어 문화·관광·첨단기술이 결합하는 융복합 산업이다. 따라서 농림축산식품부뿐 아니라 산업통상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가 정책을 연계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경상북도가 농식품과 한류를 연계해 ‘식품한류정책국’을 신설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전통 농축산물의 생산과 관리에 머물지 않고 지역의 식품산업을 세계시장과 연결하는것은 바람직하다. 다른 지방정부도 지역 농산물과 식품기업, 문화·관광자원을 연계해 차별화된 K푸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식품기업은 AI를 활용해 제품 개발과 경영 전반의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AI 시대 식품기업의 경쟁력은 기술을 얼마나 많이 도입하느냐가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의 요구를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AI 기반의 신제품 개발과 수요 예측, 품질관리, 생산·물류 최적화는 비용을 줄이고 시장 대응력을 높이는 수단이다. 국가와 지역별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해 제품과 마케팅을 차별화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K푸드의 수출 성과가 국내 농업의 발전으로 이어져야 한다. 수출이 증가하더라도 원료 농산물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한다면 국내 농업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라면이다. 2025년 라면 수출액은 약 15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라면의 주원료인 밀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수출 확대가 국내 농업의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국산 밀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식품기업의 국산 원료 사용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AI와 첨단기술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 계약재배와 안정적인 원료 공급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K푸드의 성장이 식품기업의 성과에 그치지 않고 농업인의 소득 증대와 농산물의 부가가치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셋째, K푸드를 국가전략 산업이자 문화·관광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 K푸드는 한국 음식을 해외에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농업과 식품, 문화와 관광을 연결하고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국가브랜드 산업이다. 음식은 한 나라의 역사와 생활양식, 가치관을 담고 있으며, 한국을 이해하고 경험하게 하는 중요한 문화적 매개체다.

10월 24일을 법정기념일로 해 ‘한식의 날’을 지정했다. 10월 23일 국회박물관 앞에서 대한민국 한식포럼이 주최한 ‘한식의 날’ 제정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전국의 한식 명장들이 선보인 다양한 음식과 상품을 보면서 한국 음식의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 특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영상 메시지에서 강조한, 한식이 식품을 넘어 문화로 발전하면서 대한민국의 브랜드와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한식의 날 제정은 우리 음식의 문화적·산업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세계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제 K푸드는 식품 수출을 넘어 문화와 관광, 지역경제를 함께 성장시키는 국가전략 산업으로 인식해야한다.

넷째, K-Food의 해외 홍보와 마케팅을 혁신해야 한다.

과거에는 TV 광고와 현지 대리점, 대형 유통업체가 해외시장 진출의 주요 수단이었다. 이제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세계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시대다. 숏폼 콘텐츠와 전자상거래, AI 기반 소비자 분석을 활용하면 국가별 수요와 소비 추세를 파악하고 맞춤형 제품과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 세계 소비자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K푸드의 맛과 조리법뿐 아니라 음식에 담긴 역사와 문화, 지역의 특색, 생산자의 철학까지 전달해야 한다.

정부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고, 기업은 혁신과 세계시장 개척을 주도하며, 농업은 안정적인 원료 공급과 품질 향상을 통해 함께 성장해야 한다. AI시대 K푸드의 세계화는 우리 농업에 새로운 시장을 열고 청년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며 지방경제에 성장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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