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주주 이익 침해할 동기 강화해
완화된 규제서 최근 다시 강화 추세

이달 23일,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솔리다임을 상장하려던 계획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서는 지주회사가 손자회사까지는 지분 일부를 가지는 것을 허용하되, 증손회사부터는 100%를 소유하도록 한다. 구체적으로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자회사도 상장 손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소유하도록 한다.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가지려면 100%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단, 이는 국내 법인에 적용된다.
규정을 피해 SK㈜는 SK스퀘어, SK하이닉스에 이어 증손회사 솔리다임을 미국에 상장하려 했다. 그러나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규제에 해당한다는 소견으로 상장 추진을 철회한 것이다. 솔리다임 상장 추진 소식에 떨어지던 SK하이닉스 주가는 검토 중단 결정에 이후 연일 상승하여 주주들의 우려가 상당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왜 법으로 손자회사까지만 지분 일부를 소유하는 것을 허용하고 증손회사부터는 모두 소유하도록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야 솔리다임 상장 추진의 문제점과 향후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주식을 소유하면 회사에 대해 법적 권리를 가진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의결권과 배당권이다. 의결권은 주주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주식수만큼 투표권을 가진다. 배당권은 회사의 이익을 배분받을 권리로서 역시 주식수에 따라 배분한다. 즉, 지분율만큼 회사에 영향력을 미치고 이익을 배분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의사결정은 다수결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과반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A가 어떤 회사 의결권을 51% 가지고 있으면 자신의 마음대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그 회사가 다시 자회사 주식을 51% 가지고 있다면, 역시 마음대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자회사에 대한 A씨의 간접적 지분 비중은 51%×51%로서 약 26%이다. 자신의 몫을 초과하여 의사결정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괴리는 구조가 반복될수록 심해진다. 한 단계씩 내려갈 때마다 13.3%, 6.77%가 되어 나중에는 실질 지분이 거의 없으면서도 여러 회사들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구조의 문제점은 A가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사익을 추구할 ‘동기’를 강화하면서 A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수단’인 지배력을 유지시킨다는 것이다. 동기와 수단이 있으니 마다할 리가 없다. 지분을 초과하는 지배력을 이용하여 각 회사의 다른 49% 주주들의 이익을 무시하고, A에게 이익이 되는 의사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본래 공정거래법은 1986년 지주회사의 설립을 금지하였으나,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촉진과 소유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 등을 명분으로 1999년 지주회사를 허용하였다. 초기 요건은 엄격하여 지주회사 부채비율은 100% 이하, 자회사 지분율은 50%(상장회사 30%) 이상이어야 했고, 손자회사는 금지되었다. 그러나 이후 정부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정책적으로 유도하면서 규제가 단계적으로 완화되었다.
하지만 인적분할과 자기주식, 현물출자를 거치면서 지배주주는 추가 자금 없이 지주회사 지분을 크게 늘렸다. 이 과정에서 다른 주주들의 이익이 굉장히 침해되었기에 문제가 제기됐고, 규율이 다시 강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중이다.
근본은 지주회사만 상장하는 것이다. 지주회사가 다른 회사들의 주식을 100% 보유한다면, 다른 주주들이 없으니 이해관계가 엇갈릴 일이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중복상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고, 일본에서도 중복상장에 페널티를 가해 대폭 감소하는 추세다.
중복상장을 막는 규제는 지배주주를 나쁜 사람으로 보기 때문이 아니다. 중복상장이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동기’를 강화하고 ‘수단’을 제공하기 때문에 막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같은 유혹이 생기는 구조를 만들지 않으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