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리상표가 등록되면 AI가 멜로니 총리의 목소리를 복제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는 한계가 있다. 상표권은 목소리 자체가 아니라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를 구별하는 특정 소리를 보호한다. 따라서 AI가 같은 목소리로 다른 문장을 말하게 했다고 해서 곧바로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상표권은 원칙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와 관련된 거래상 사용을 규율한다. 개인이 허위 정치 연설 영상을 만들어 비상업적으로 공유했다면 상표권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등록상표와의 동일성 또는 유사성, 지정상품이나 서비스와의 관계, 출처 혼동 가능성 등도 따져야 한다. 결국 음성을 소리상표로 등록했다고 해서 모든 딥페이크 범죄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시도는 의미가 있다. 상표권은 전통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출처를 구별하고 브랜드 가치를 보호하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AI가 사람의 목소리와 얼굴을 모방하면서 개인의 정체성과 신뢰를 지키는 보완적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소리상표가 등록되면 특정 음성을 상업적으로 무단 이용한 행위에 대해 추가적인 대응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한 나라의 총리가 목소리를 상표로 출원했다는 사실 자체가 정체성 도용의 위험성을 알리는 사회적 경고가 된다.
이번 사례는 새로운 기술 위험에 기존 지식재산권을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딥페이크 피해를 막으려면 상표권만으로 부족하고, 인격권이나 퍼블리시티권 등 다른 법적 수단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기업도 광고에 사용하는 고유한 소리나 인물의 음성이 AI로 악용되지 않도록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형진 변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