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원전 공론화, 골든타임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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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앞으로 어떤 전기로 살 것인가.’

최근 본격적인 닻을 올린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을 위한 ‘원전 공론화위원회’가 던진 질문은 묵직하고도 날카롭다. 이번 공론화의 본질은 소모적인 찬반 대립의 반복이 아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이라는 거대한 틀 속에서 미래 전력 믹스의 하한선과 상한선을 정교하게 가늠하는 생존의 설계도다. 찬반을 묻는 투표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마주한 냉혹한 현실 앞에서 에너지의 합리적 범위를 찾는 고도의 실용적 결단이다.

현장이 진단하는 에너지 안보의 시곗바늘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다. 원전의 역할 확대를 가리키는 명백한 당위성을 다시금 깊이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 전국 각지에 들어서는 AI 데이터센터, 그리고 급격히 확산하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까지 전력 다소비 첨단 산업의 최전선에 서 있다. 정부가 이번 공론화를 추진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배경 역시 이 폭발적인 수요 급증에 있다.

전력 소비의 기울기가 가파르게 치솟는 상황에서 안정적 기저부하(Base-load)를 탄탄하게 확보하지 못하면 대한민국 제조업과 첨단 IT 산업의 심장은 언제든 멈춰설 수 있다. 전력 공급의 안정을 놓치는 것은 곧 국가 경제의 파국이자 수출 한국의 몰락을 의미한다. 전력망의 핏줄에 꾸준히 에너지를 공급할 대규모 전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조건이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글로벌 대원칙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책무다. 이번 공론화 역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의 거대한 전제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날씨와 계절에 따라 발전량이 극심하게 출렁이는 변동성 전원만으로는 산업 전반의 묵직한 수요를 온전히 감당하기 어렵다. 원전은 기상 조건과 무관하게 24시간 내내 대규모 전력을 흔들림 없이 공급하면서도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무탄소 전원이다. 원전의 든든한 뒷받침 없이는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산을 동시에 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에너지 정책은 결국 국민의 삶과 민생에 직결된다. 이념의 잣대를 떠나 이미 사회적 공감대는 완벽히 형성돼 있다. 올 상반기 진행된 대규모 성인 대상 여론조사에서 79.2%에 달하는 응답자가 신규 원전을 전력기본계획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연초 다른 조사에서도 원전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비율은 80%를 가볍게 상회했다. 이미 앞선 제11차 전기본에도 대형 원전 2기와 SMR(소형모듈원자로)의 청사진이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다수 국민은 이념이 아니라 실용과 경제의 눈으로 대한민국의 내일을 바라보고 있다.

원전 건설은 단기간에 뚝딱 해치울 수 있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사업이 아니다. 부지 선정부터 완공까지 최소 9년에서 길게는 13년이라는 물리적 세월이 소요된다. 오늘 전력 믹스의 하한선을 충분히 다져놓지 않는다면 다가올 10년 뒤 대한민국은 감당하기 힘든 전력 보릿고개와 산업 경쟁력 추락이란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어 발을 동동 구르며 후회해도 원전을 세우는 데 소요되는 자연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지금 비중의 하한선을 확실히 확보해 두는 것만이 미래의 전력 대란을 막는 유일한 방패다.

12월 300여 명의 시민참여단이 도출할 권고안은 단순한 통계 수치가 아니다. 그것은 향후 제12차 전기본을 관통하며 대한민국 산업의 명운을 가를 이정표다. 또 미래세대에 물려줄 에너지 안보의 든든한 성벽이다. 소모적인 정쟁과 편협한 이념의 언로를 닫아야 한다. 10년 뒤 대한민국의 공장이 멈추지 않고 찬란한 불을 밝힐 수 있도록 냉철하고 지혜로운 대국적 결단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a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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