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도시라는 이름은 크다. 혁신은 시킨다고 되는 일이 아닌데, 그 말을 도시 이름에 넣었다. 그 도시들이 생긴 지 십 년이 넘었고, 정부는 이제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한다. 수도권 기관 350곳을 검토해 11월에 대상과 지역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모아서 보내고, 이전 기관과 지역 대학·산업의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원칙도 밝혔다. 그러나 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물어야 할 것이 있다. 공공기관을 옮긴다는 것은 무엇을 옮기는 것인가. 건물인가, 사람인가, 연결인가.
건물은 예산으로 짓는다. 1차 이전은 이 일을 해냈다. 2019년까지 153개 기관이 지방으로 갔다. 사람은 아파트 특별공급과 이주비로 데려온다. 가족과 함께 내려온 직원이 열에 일곱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혁신도시 어디에서나 같은 말을 듣는다. 금요일 오후면 도시가 비고 주말에는 유령도시가 된다는 것이다. 주소는 옮겼어도 주말은 옮기지 못한 셈이다. 남는 것은 연결이다. 혁신도시의 본래 목표는 옮겨온 기관이 지역 대학, 기업과 서로 배우며 지역이 스스로 크는 것이었다. 연결은 무엇으로 옮기는가.
필자의 연구실에서 학생과 함께 2005년부터 2021년까지의 공동 특허를 모아, 혁신도시 열 곳이 들어선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을 견주어 보았다. 결과는 반반이었다. 혁신도시가 들어선 뒤 지역의 공동 특허는 분명히 늘었다. 그러나 늘어난 것은 지역 밖 기관과 함께 만든 특허였다. 지역 안 기업과 대학이 손잡고 만든 특허는 늘지 않았다. 기관은 왔지만 지역과 섞이지는 않았다. 같은 도시에 있는 것과 함께 일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예외가 있었다. 바깥 지식을 안으로 옮겨 주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이미 있던 도시에서는 결과가 달랐다. 그런 곳의 혁신도시는 지역 안에서 만든 공동 특허가 바깥과 만든 특허보다 더 많이 늘어, 안과 밖이 함께 자랐다. 옮겨온 기관이 몇 개냐가 아니라, 그 기관과 지역을 이어 줄 매개자가 있느냐가 결과를 갈랐다. 기관은 주소를 바꾸면 이전이 끝난다. 지식에는 주소가 없다.
2차 이전의 기준은 여기서 나온다. 벌써 수십 곳을 달라는 지자체도 있다. 물어야 할 것은 어느 도시에 몇 개를 보낼지가 아니라, 어느 도시에 연결을 만들 대학과 기관이 있는지다. 모아서 보내겠다는 원칙은 옳다. 다만 모으는 기준이 인구나 정치가 아니라 이어 주는 힘이어야 한다. 지역과의 연계 강화는 정부 원칙에도 들어 있다. 문제는 그것을 이전이 끝난 뒤에 붙이는 사업으로 두느냐, 어디로 보낼지를 정하는 잣대로 쓰느냐다. 1차는 앞의 길을 갔다.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의 노조가 직원들에게 물었더니 옮긴 뒤에도 다니겠다는 사람이 넷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 숫자대로라면 이번 이전은 사람도 연결도 아닌 건물을 옮기는 계획이 된다.
돌아오는 길, 백미러 속에서 혁신도시는 금세 산 뒤로 사라졌다. 지난 이십 년 동안 우리는 트럭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을 옮겼다. 이번에 옮겨야 하는 것은 트럭에 실리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