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서류검토, 문서 작성을 넘어 판단까지 맡기기 시작할 때 생긴다. “이 직원을 해고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입력하면 AI는 해고의 요건과 절차를 제법 그럴듯하게 정리해 준다. 관련 법률과 판례까지 붙여준다. 하지만 그 답변이 우리 회사에 적용 가능한 답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인사담당자가 내려야 할 판단은 법 조문과 리딩판례만으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상시근로자 수, 근로계약의 내용,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무엇보다 과거 비슷한 사건의 처리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지각이라도 반복된 횟수와 사유, 회사가 경고하고 개선을 요구한 과정이 중요하다. 담당자가 이런 사실을 빠뜨리고 질문했다면, 아무리 정교한 답변도 출발점부터 잘못될 수 있다. 담당자의 머릿속엔 이런 게 다 남아 있어서 특별히 인지하지 않아도 이를 고려하고 판단하지만 AI는 그렇지 않다. 회사가 듣고 싶은 사정만 입력하면 듣고 싶은 결론이 나올 위험도 있다. 대부분은 그렇게 된다.
입력하는 정보도 문제다. 인사팀이 다루는 자료엔 직원의 임금과 인사평가, 질병, 징계 이력, 괴롭힘 신고 내용 등이 포함된다. 이런 자료를 외부 AI 서비스에 입력하려면 개인정보 처리 근거와 서비스의 저장·이용 조건 등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이름을 지웠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하지도 않다. 부서와 직위,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조합하면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AI를 쓰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다. 기업은 인사업무 시 활용 기준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일반적인 서식 작성과 실제 인사 ‘사건의 판단’을 구분해야 한다. 둘째, 입력할 수 있는 정보와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회사가 사전에 정해야 한다. 셋째, 법령과 판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최종 결재할 담당자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직원에게 알아서 잘 쓰라고 맡겨둘 일이 아니다. AI가 한 일도 탈이 나면 책임은 회사에게 남는다.신동헌 에이플노무법인 대표노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