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한 축이었던 팬택은 2017년 휴대전화 사업을 접었다. 그러나 올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팬택의 특허를 인수한 국내 특허전문기업과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 사이의 특허 분쟁을 합의 등에 따라 종결했다. 제품은 사라졌어도 그 안에 축적된 권리는 여전히 협상의 대상이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필름의 대명사 코닥은 디지털 전환에 뒤처져 2012년 파산보호를 신청했지만, 디지털 이미징 특허의 매각과 라이선스 거래로 약 5억2500만달러를 확보했다. 파산한 캐나다 통신장비업체 노텔의 특허와 출원 약 6000건도 2011년 45억달러에 팔렸다. 사업은 실패했어도 그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런 거래가 가능한 이유는 사업과 특허의 수명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업은 자금난이나 시장 변화로 하루아침에 중단될 수 있지만, 등록된 특허권은 출원일부터 20년이 되는 날까지 유지될 수 있다. 개발 당시 시장이 작았던 기술도 시간이 흘러 산업 전반에 널리 쓰이게 되면 그 권리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 기업은 시장이 무르익을 때까지 버티지 못해도 특허는 그 시간을 건널 수 있는 셈이다.
특허 거래의 핵심은 이미 공개된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에 있다. 그래서 누가 특허를 소유하느냐에 따라 활용 방식도 달라진다.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경쟁사의 특허를 의식해 권리 행사에 신중하지만, 직접 제품을 만들지 않는 특허전문기업(NPE)은 그런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아 라이선스 협상이나 소송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제조기업의 ‘방패’였던 특허가 새로운 주인에게는 ‘창’이 되는 셈이다.
물론 모든 특허가 가치 있는 자산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권리 범위가 좁거나 남은 존속기간이 짧다면 활용이 제한되고, 시장에서 쓰이지 않는 기술은 구매자를 찾기도 어렵다. 특허의 가치는 기술적 우수성뿐 아니라 앞으로 그 기술을 필요로 할 시장이 있는지에 달려 있다. 중요한 것은 특허를 얼마나 많이 남기느냐가 아니라, 미래에도 누군가 필요로 할 권리를 남기느냐이다.
고은주 삼성벤처투자 투자심사역·변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