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는 운이 나빠서가 아니다. 기후위기와 농촌의 고령화, 노동력 부족, 불안정한 유통구조가 겹친 결과다. 문제는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가 부담을 떠안고, 가격이 내리면 농민이 손실을 감수한다는 데 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농사의 예외적 변수가 아니다. 폭염과 가뭄, 긴 장마와 집중호우는 작황과 수확 시기를 흔든다. 생산량이 줄면 가격이 오르고, 한꺼번에 출하되면 폭락한다. 그러나 가격이 올랐다고 농민이 반드시 이익을 보는 것은 아니다. 수확량이 줄고 인건비와 농자재 비용이 늘면 비싼 값에 팔아도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 소비자는 장바구니 앞에서 한숨을 쉬고, 농민은 밭에서 한숨을 쉰다.
스마트농업과 기계화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모든 농가가 시설에 투자할 여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특히 고령·소규모 농가에는 장비 구입비와 기술 습득 자체가 부담이다.
개별 농가에 첨단화를 요구하기보다 공동육묘와 농기계 공동 이용, 관개·배수시설 등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기반부터 갖춰야 한다. 기술의 성과는 장비를 얼마나 보급했는지가 아니라 농가의 피해와 비용을 얼마나 줄였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유통구조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산지에서 소비자에게 이르는 과정에는 선별과 포장, 운송과 보관에 필요한 비용이 든다. 모든 유통비용을 낭비로 볼 수는 없지만, 생산자는 제값을 받지 못하고 소비자는 비싸다고 느끼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비용과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야 한다. 산지 유통시설과 저장·가공 기반을 확충하고, 공동출하와 직거래를 활성화해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문제도 줄여야 한다.
농가의 경영안전망 역시 사후 보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가격 하락과 기후재해에 대응하는 제도는 필요하지만, 소규모 농가도 실제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피해를 보상하는 동시에 재해 예방과 생산 기반 복구에 투자해야 농민이 다음 농사를 이어갈 수 있다.
농산물 가격을 언제나 낮게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가격 변동의 충격이 농민과 소비자 어느 한쪽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농민에게는 생산을 지속할 소득이, 소비자에게는 감당할 수 있는 먹거리 가격이 필요하다.
배춧값이 오르면 소비자를 걱정하고, 내리면 농민을 걱정하는 일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기후위기 시대의 농산물 가격은 농민 개인의 운에 맡겨둘 문제가 아니다. 기후에 강한 생산 기반, 합리적인 유통구조, 농가의 경영안전망을 함께 세우는 일. 그것이 농산물 가격의 로또를 끝내고 우리 식탁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