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잠깐 실례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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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진료는 어쩌면 서로의 시간을 온전히 내어주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진료실 문이 닫히면 그곳은 세상의 소음과 격리된 공간이 된다. 청진기를 대는 소리, 환자의 거친 숨소리, 그리고 아픔의 원인을 찾기 위한 문답. 적어도 마주 앉아 있는 동안만큼은, 서로의 말에 온전히 귀 기울인다. 의사에게 환자는 많은 얼굴 중 하나일 수 있지만, 환자에게 그 진료는 내 몸과 삶을 맡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막 환자의 들숨과 날숨에 온 신경을 집중하려던 찰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환자는 어깨를 살짝 움츠리며 망설임 없이 전화를 귀에 대었다. “어, 나야. 지금 병원. 아니, 별거 아니고. 응, 끝나고 마트 들렀다 갈게.” 팽팽하던 집중의 끈이 툭 하고 끊어졌다.

하지만 모든 전화가 무심함의 결과는 아닐 것이다. 손바닥만 한 화면 속에는 자녀의 학교 연락, 노부모의 위급한 상황, 생계가 걸린 직장의 급한 호출처럼 차마 거절할 수 없는 삶의 무게가 빼곡히 들어 있기 때문이다. 진료실을 침범한 벨 소리는, 다급함이 터져 나온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문제는 전화받는 게 아니라, 그 공간과 상대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있다. 만약 그 상황에서 환자가 화면을 확인하고 이렇게 한마디만 건넸다면 어땠을까. “죄송합니다, 선생님. 돌봄 교실에서 온 전화라 꼭 받아야 해서요. 잠깐 실례해도 될까요?”

초연결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늘 산만함과 싸운다. 끊임없이 걸려 오는 연락 속에서, 눈앞의 사람에게 흐트러짐 없이 집중하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되었다. 하지만 진료실에서의 대화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시간의 공유다. 의사 역시 벨 소리의 요긴함을 넉넉히 알고 있다.

“아, 예. 급한 연락이군요. 편하게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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