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김상경의 금융읽기] 금융중심지는 사람이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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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후에도 금융 인재 몰려
금융중심지는 인프라보다 사람 중요
지역 대학서 인력 키우고 현장 연결

“브렉시트가 되면 런던도 금융중심지에서 끝나는 것 아닌가.”

2016년 영국이 국민투표로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금융회사들이 런던을 떠나 프랑크푸르트나 파리로 이동하고, 런던도 세계 금융중심지의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그러나 필자는 당시 이데일리 칼럼에서 다르게 보았다. 금융회사의 사무실과 자본은 옮길 수 있어도 오랜 세월 축적된 금융 노하우와 전문인력, 네트워크와 신뢰까지 하루아침에 옮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판단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런던은 여전히 세계 최상위 금융중심지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결국 금융중심지의 경쟁력은 화려한 빌딩이나 금융회사의 숫자가 아니라 그 안에서 세계의 자본을 움직이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

우리나라도 금융중심지 정책을 추진한 지 20년이 넘었다. 서울과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하고 금융회사와 공공기관을 유치했으며 제도와 인프라도 확충해왔다. 필자도 금융중심지 관련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며 정책 논의에 참여했다. 그런데 회의를 거듭하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금융중심지를 만들 사람들은 누가 키우는가.”

외국 금융회사를 우리나라에 어떻게 유치할지, 어떤 제도와 인프라가 필요한지는 많이 논의했지만 정작 그곳에서 금융산업을 움직일 사람을 어떻게 발굴하고 키울 것인지는 중심 의제가 되지 못했다.

필자가 1977년 미국계 은행에 입사해 1980년대 외환딜러로 업무를 시작했을 때는 국내에서 외환거래와 국제금융시장을 제대로 배울 곳도, 전문가도 없었다. 아멕스은행의 싱가포르·홍콩 딜링룸과 런던·뉴욕 국제금융시장에서 직접 부딪치며 배웠다. 국제금융은 교과서만으로 배울 수 있는 산업이 아니었다. 시장을 읽고 거래하고 때로는 실패와 위기를 겪으면서 판단력이 쌓여갔다. IMF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금융회사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의 실력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절감했다.

지금 금융시장은 또 다른 변화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외환시장도 지난 7월부터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됐다. 그러나 시장의 변화에 비해 외환거래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키우는 교육 기반은 충분하지 않았다. 시장은 이미 글로벌 수준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그 시장을 이해하고 거래하며 위험을 관리할 사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는 더 중요한 과제가 됐다.

AI와 디지털 기술까지 금융의 업무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시장이 달라졌다면 사람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금융중심지 정책의 순서도 달라져야 한다. 금융중심지를 먼저 지정하고 그곳에 기관을 옮긴 뒤 사람을 찾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을 먼저 키우고, 그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일자리와 금융산업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우수한 인재와 전문성이 축적된 곳에 금융회사와 자본, 정보와 기회가 모이기 때문이다.

금융인재는 교실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학은 학생들이 졸업 전에 전문성을 갖추도록 하고, 금융회사와 금융공공기관에서 현장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즉, 교육과 경력개발이 하나의 길로 이어져야 한다. 지역 대학과 전문교육기관이 함께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며, 금융회사와 공공기관은 이들을 현장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지역마다 똑같은 금융중심지를 만들 필요도 없다. 서울은 자본시장과 외환시장, 자산운용과 글로벌 금융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부산은 수출입·해양·파생금융 등 지역의 강점을 살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역 대학에서 금융권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우는 일이다. 지역에서 성장한 청년이 지역의 금융산업에서 경험을 쌓고, 그곳에 머물면서 세계 금융시장을 상대할 수 있어야 한다.

건물은 몇 년이면 세울 수 있다. 기관도 정책으로 이전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금융전문가를 키우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금융중심지는 대학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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