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발행사, 10년간 64억 달러 동결 '77%는 사유 미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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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더, 전체 동결액 97% 차지…트론 기반 USDT에 집중
동결액 77% 공개 사유 확인 안 돼…발행사 통제 권한 투명성 논란
동결 전 자금 75% 외부 이동 사례도…국내 제도화에 시사점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와 써클 로고 (출처: 테더·써클)

테더와 서클 등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지난 10년간 약 64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동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동결액의 77%는 공개 자료에서 구체적인 동결 사유가 확인되지 않아, 발행사가 보유한 자산 통제 권한과 조치의 투명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비트쿼리(Bitquery)가 18일 공개한 온체인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10월 16일까지 주요 블록체인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동결한 자산은 누적 64억 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블록체인 네트워크 차원에서 동결·강제 이동·거래 되돌리기(롤백) 등의 조치가 이뤄진 자산은 약 7억5500만 달러였다.

두 유형의 조치 금액을 합산하면 발행사의 직접적인 동결 조치가 전체의 약 89%를 차지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자체의 개입보다 토큰 발행사가 행사하는 통제 권한의 규모가 훨씬 크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는 이더리움과 트론을 비롯해 베이스, 아비트럼, 옵티미즘, 폴리곤 등 주요 네트워크에서 발생한 동결 기록을 분석한 결과다. 조사 대상에는 주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외에 금과 비트코인 관련 토큰도 일부 포함됐다. 동결 당시 각 지갑에 남아 있던 자산의 가치를 합산한 누적 금액으로, 현재까지 동결 상태로 남아 있는 자산의 총액과는 구분된다.

테더가 동결액 97% 차지…대부분 트론에서 발생

발행사별로는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USDT 발행사 테더가 전체 동결액의 97%를 차지했다. 테더의 트론 네트워크 기반 USDT 동결액만 전체 발행사 동결액의 64%에 달했다.

▲2016년 이후 주요 스테이블코인의 블록체인별 누적 자산 동결 규모. 트론 기반 USDT 동결액이 약 41억 달러로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출처=비트쿼리)

반면 서클의 USDC 동결액은 조사 대상 네트워크에서 약 1억66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동결 건수를 기준으로는 테더가 전체의 69%를 차지했으며, 서클은 여러 네트워크에 동일한 동결 대상 지갑 목록을 적용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스마트컨트랙트에 내장된 블랙리스트 기능을 활용해 특정 지갑의 토큰 전송을 제한할 수 있다. 네트워크 전체의 거래를 중단하지 않고도 발행사가 특정 자산의 이동을 차단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테더는 지난 4월 23일 미국 당국과 협력해 트론 네트워크의 지갑 2개에 보관된 약 3억4400만 달러 상당의 USDT를 동결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튿날 해당 지갑들을 이란 중앙은행 관련 제재 대상 주소로 등록했다.

동결액 77% 사유 미확인…동결 전 자금 이동도 확인

이번 조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동결 사유의 공개 여부다. 비트쿼리가 OFAC 제재 명단과 공개된 수사·법원 자료, 자체 지갑 식별 정보를 대조한 결과 전체 동결액의 77%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유를 확인하지 못했다.

미국의 제재 조치와 연관된 것으로 확인된 동결액은 전체의 약 9%였다. 다만 공개 자료에서 사유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발행사가 근거 없이 자산을 동결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비공개 수사나 관계기관의 요청에 따른 조치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 동결이 실제 자금 이동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하는지도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트론 네트워크에서 USDT가 처음 입금된 후 일주일 이내에 동결된 지갑의 경우, 동결 시점까지 유입된 자산의 75%가 이미 외부로 전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더리움에서는 해당 비율이 41%였다.

동결이 빠르게 이뤄지더라도 자금 일부가 이미 이동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외부로 전송된 자산이 모두 범죄자금이거나 회수가 불가능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해당 자산의 최종 수취인과 이후 이동 경로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동결 조치가 해제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비트쿼리에 따르면 조사 대상 동결 사례의 11%는 이후 해제됐으며, 해제까지 걸린 기간의 중앙값은 96일이었다. 이는 일단 동결된 자산도 추후 조치가 번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앞두고 발행사 동결 권한·통제 절차 쟁점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 사례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요건과 준비자산 관리뿐 아니라 발행사가 보유할 수 있는 자산 통제 권한도 제도 설계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이 지급결제 수단으로 널리 활용될 경우 자금세탁이나 범죄수익 이전을 방지하기 위해 발행사가 일정한 자산 동결 기능을 갖출 필요가 있다"면서도 발행사의 자의적인 권한 행사를 방지할 법적 요건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국내에서도 법원이나 관계기관의 적법한 조치에 따라 자산을 동결하도록 하되, 긴급한 범죄자금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예외적인 사후심사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결 사유 통지와 이의제기·해제 절차, 부당한 동결에 따른 피해구제 방안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 결과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자산 통제 권한과 관련 절차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과정에서도 불법 자금 차단과 이용자 재산권 보호를 위한 법적 기준 마련이 주요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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