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뼈 깎는 변화 절실한 이차전지 산업

올해 1~8월 우리나라 셀 3사 국가 점유율이 약 12%로 또 내려앉았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잠깐 1위를 기록한 뒤 ‘단 한 번의 반등도 없이’ 30%대와 20%대를 내주고 15%도 무너져 내렸다.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다‘’는 예측과 전망은 맞았고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는 무너져 버렸다.

지금 중국 셀사들의 우위는 단순히 자국 시장과 정부 지원뿐 아니라 기술적인 요인에도 있다 할 수 있다. Fe계의 리튬이온과 소듐이온을 모두 먼저 상용화하며 셀 전기화학의 경험치를 쌓았고 CTP(셀투팩), CTC(셀투섀시)로 Fe계의 저에너지밀도를 극복하도록 보조금과 정책을 적절히 혼용하여 채찍질했다. 그 사이 우리는 새로운 셀 케미스트리를 제대로 개발하지도 못했고 패키징과 제조 공정 혁신도 박약했다. 중대형 원통형 46 시리즈도 결국 테슬라 손에 의해 부활했을 정도이다.

중국에 완패했는데도 거품 여전해

10%대 초반 점유율은 기술적 안주와 전략적 오판의 총합적 난국을 그대로 보여준다. 20% 붕괴 전만 해도 삼원계와 LFP(리튬인산철)를 대조하며 시장이 결국 기술적으로 앞선 삼원계를 택해 우리가 세계를 장악할 것이란 기조를 고수했다. 그러나 20% 붕괴는 대량소비 시대의 총아인 LFP에서 중국에 완패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가 무너진 뒤에도 업계와 사설 시장조사업체들은 우리가 초격차로 압도하니 곧 재역전할 것이라는 망상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고에너지밀도의 ‘미망’에 시장 주도권을 내줬고 끝내 마지막 보루였던 삼원계 지지선마저 무너졌다.

우리가 중국에 밀리는 현실을 결과적으로 정부 지원 부족 탓으로 치부하는 것은 비겁한 변명이다. 2010년 이후 산·학·연에 국가 지원이 ‘규모 있게’ 되었음에도 왜 백약이 무효한 처지가 되었는지 반성도 없다. 배터리산업협회에서 연이어 일어난 일을 보더라도, 지원 탓을 하기에 앞서 우리의 무력과 무능부터 반성해야 마땅하다. 정책과 시장 환경의 실책도 뼈아프다. 삼원계 활물질과 전구체 할당관세 유예는 국내 자립을 막고 중국 소재 산업 체력만 키워줬다. 지난 정권의 관련 주가 시세조종은 연구개발과 생산현장으로 갈 자본을 투기판으로 몰았다. 이 상흔에도 새 정부는 시장 교란을 방관하며, 거품을 걷어내지 않고 방치하니 생태계 정상화도 요원하다.

대외 통상 역시 실속 없는 착시에 불과했다. 미·유럽연합(EU)이 중국산을 막아선 틈에 시장 접근권을 얻었지만 대가로 설계도와 생산지 결정권을 넘겼다. 출하량이 국외로 옮겨가는 사이 국내 라인 가동률은 떨어지고 국내 숙련 인력 기반도 얇아졌다. 지금 나오는 로드맵 역시 과거 대책의 재탕이라 무효하고 무용하며 이대로라면 파국이 올지도 모르겠다. 중국의 전고체 육성에 맞선 8조원 맞불조차 실체 검증 없는 오판이라면 영구적 열세로 귀결될 수 있고 이번에도 실패하면 우리는 돌아올 수 없는 암흑으로 빠져든다.

차세대 배터리 기반 재건 서둘러야

현실의 승부는 배터리 전기차에서 삼원계와 LFP의 입지를 회복하고, 급팽창하는 전기에너지저장장치(EESs) 시장에서 소듐이온 이차전지와 LFP로 점유율을 재탈환하는 일이다. 결국 ‘차세대 리튬, 소듐이온 테크놀로지(반고체, 전고체 포함)’가 여전히 답이다. 기초 연구에서 제조 기반까지 ‘재건’해야 하며 우린 이미 ‘추격자’로 전락했다. 그러나 이를 대체 누가 주도해 이끌지, 과연 가능하기나 할지가 미지수이다.

‘(안 그러면 좋겠지만 만약의) 10% 붕괴’는 실체 없는 초격차 구호와 자본시장 시세조종에 기댄 그간의 전략 파탄의 냉혹한 결과일 것이다. 이제 한가한 장밋빛 찬사로 낭비할 겨를이 없다. 전면적 환골탈태로 밑바닥부터 갈아엎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이차전지 산업의 시계는 고장난 상태로 암흑 속에 빠져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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