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 살던 바퀴벌레가 부산 항만에서 후손을 키우는 중입니다. 바로 ‘투르키스탄 바퀴(Periplaneta lateralis)’죠. 부산 감만부두 일대에서 성충과 어린 유충, 알집까지 확인됐는데요. 국내에서 먹이를 구하고 번식하는 집단이 생긴 겁니다.
‘레드 러너’로도 불리는 이 바퀴벌레는 미국에서는 군수시설을 거쳐 도시의 생활 해충으로 퍼졌고, 일본에서는 물류창고와 식료품점에서 발견된 바 있는데요. 상품 운송에 딸려 이동하는 데다 파충류 먹이용으로 사육·판매되면서 국경을 넘을 경로도 늘어났습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관리해야 할 해충이 돼 버렸죠.

부산대·경상국립대 공동연구진이 부산 감만부두 일대에서 투르키스탄 바퀴의 정착을 확인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29일 국제학술지 ‘Journal of Integrated Pest Management’에 발표됐는데요. 성충과 여러 성장 단계의 애벌레, 알집이 함께 발견되면서 국내에서 번식하는 집단의 존재가 확인된 겁니다.
첫 발견은 2025년 11월이었습니다. 감만부두 일대의 먹바퀴 애벌레들 사이에서 낯선 애벌레 두 마리가 발견됐는데요. 한 달 뒤인 12월에는 목재와 골판지 아래에서 어린 애벌레들이 여럿 확인됐습니다. 2026년 6월 세 차례 추가 조사에서는 성충과 다양한 크기의 약충, 알집까지 나왔죠.
서식 장소도 드러났습니다. 낮에는 축축한 목재와 버려진 물건 아래에 숨어 있다가 밤에는 주변 보도와 흙 위로 나왔는데요. 계량기함과 음식물 쓰레기 주변에서도 발견됐고, 특히 배수구 입구에서 높은 밀도가 관찰됐습니다. 항만 주변의 틈과 쓰레기가 새 바퀴의 은신처와 먹이터가 된 셈인데요.
이런 발견 장소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항만 운송을 가능한 유입 경로로 제시했죠. 다만 어느 나라에서 어떤 화물을 통해 들어왔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투르키스탄 바퀴는 몸길이 2~3㎝로, 주방에서 흔히 보는 독일바퀴보다 큽니다. 수컷은 밝은 황갈색에 긴 날개를 가졌고, 암컷은 짙은 갈색에서 검은색을 띠며 날개가 짧은데요. 독일바퀴는 몸길이 10~15㎜로 작고, 앞가슴 등판의 짙은 두 줄이 특징이죠.
생활 공간에서도 차이가 나는데요. 독일바퀴는 음식과 물이 있는 주방 등 실내에 잘 적응한 종이죠. 투르키스탄 바퀴는 수도 계량기함과 콘크리트 틈, 하수 시설 등 건물 주변을 주요 서식지로 이용하는데요. 새 바퀴를 관리하려면 건물 밖의 번식·은신 장소까지 살펴야 합니다.
이런 야외 공간에서는 국내에 먼저 살던 먹바퀴와 만납니다. 부산 조사에서도 두 종은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먹이와 은신처를 이용했는데요. 먹바퀴가 살던 환경에서 투르키스탄 바퀴의 번식까지 확인된 것이죠. 감만부두에서는 기존 바퀴가 있는 곳에도 새 종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미국의 첫 보고는 1978년 캘리포니아 샤프 육군보급창에서 나왔는데요. 이듬해에는 텍사스 포트블리스에서도 발견됐죠. 2013년 12월 1일 발표된 캘리포니아대 연구 논문에서는 중동에서 반입한 군수품과 장비를 초기 유입 경로로 추정했습니다.
이후 도시로 퍼진 투르키스탄 바퀴는 기존 동양바퀴의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는데요. 같은 논문에 소개된 로스앤젤레스 한 학교의 조사에서는 건물 주변 바퀴의 75%가 투르키스탄 바퀴였습니다. 미국 남서부 일부 지역에서도 동양바퀴를 대체한다는 현장 보고가 나왔죠.
연구진은 번식력과 성장 속도에 주목했습니다. 실험에서 투르키스탄 바퀴 암컷은 평생 알집을 2~25개 만들었고, 알집 하나에서 평균 13.9마리가 부화했죠. 기존 연구의 동양바퀴는 평생 5~10개를 만들었는데요. 연구진은 상대적으로 짧은 성장 기간과 많은 알집 생산이 개체 수를 늘리고 경쟁에서 앞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탈리아 비첸차에서는 루마니아에서 온 스포츠용품의 밀봉 포장 안에서 투르키스탄 바퀴가 발견됐는데요. 연구진은 2022년 박물관 연구지 ‘연구와 조사(Studi e Ricerche)’에서 상품 운송을 유입 경로로 추정했죠.
일본에서는 2021년 후쿠오카의 물류·식품창고와 가나가와의 식료품점에서 채집됐는데요. 학술지 ‘페스톨로지’에 2023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물류 증가와 파충류 먹이용 거래 확대를 확산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번식과 정착의 흔적도 나왔는데요. 키프로스의 정착 집단은 2020년 ‘이스라엘 곤충학 저널(Israel Journal of Entomology)’에 보고됐습니다.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산업단지에서 2022년 채집된 성충과 다수의 알집은 2024년 ‘응용곤충학 저널(Journal of Applied Entomology)’에 소개됐죠.
추운 도시에서는 하수도가 생존 거점이 됐습니다. 2024년 ‘러시아 생물침입 저널(Russian Journal of Biological Invasions)’에 따르면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의 개체군은 1990~2007년 하수도에서 유지됐는데요. 남부 소치에서는 2020~2024년 야외에서도 알집을 지닌 암컷과 약충이 관찰됐습니다.


감만부두에서는 2017년 9월 국내 처음으로 붉은불개미가 확인됐습니다. 정부는 컨테이너 이동을 제한하고 정밀조사와 긴급방제에 나섰죠. 2022년 6월에는 자성대부두의 컨테이너 화물에서 150마리가 발견돼 항만 특별점검으로 이어졌는데요. 붉은불개미가 정착한 미국에서는 농작물과 가축뿐 아니라 농기계·전기설비까지 피해를 입었죠. 국내 항만의 대응도 이런 피해를 막는 조처였습니다.
2003년 부산 영도에서 처음 발견된 등검은말벌은 꿀벌을 사냥하며 양봉농가에 피해를 주고 있는데요. 토착 말벌의 세력도 약해졌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2013년 6월 자료에 따르면 등검은말벌 확산 이후 토착 대형말벌류 9종 가운데 5종가량의 세력이 줄었죠.
외래곤충의 피해는 양봉장뿐 아니라 농경지에서도 나타났습니다. 국내에 퍼진 미국선녀벌레는 감과 복숭아 등 작물의 즙을 빨아 생육을 방해하고, 배설물로 그을음병을 일으키는데요. 농촌진흥청이 2025년 6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에는 전국 126개 시군, 1만1134㏊(헥타르)에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화물에 딸려온 곤충 때문에 도착지의 나무를 베어낸 해외 사례도 있는데요. 미국에서 1996년 8월 첫 피해가 확인된 유리알락하늘소 피해 이야기죠. 미국 농무부 동식물검역국은 아시아발 목재 포장재에 숨어들어온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 하늘소는 나무 내부를 갉아 죽이기 때문에, 피해 나무를 베어 파쇄하거나 소각해 확산을 막아야 하죠. 상품을 운반하는 포장재가 해충의 이동 통로가 되고, 도착지에서는 나무를 제거하는 부담으로 이어진 겁니다.
항만에 자리 잡은 투르키스탄 바퀴의 확산을 막을 방법은 캘리포니아대 통합해충관리프로그램(UC IPM)이 2019년 소개한 학교 방제 사례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미국의 두 학교는 야외에 먹이형 살충제를 배치하고 출입문과 건물의 틈새를 막았습니다.
먹이형 살충제는 매달 교체하고, 트랩과 야간 조사로 개체 수의 변화를 추적했죠. 방제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개체 수가 급감했고, 이후 1년 동안 낮은 수준이 유지됐는데요.
부산에서도 야외 번식지를 줄이는 작업과 실내 유입 차단을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만부두 주변의 음식물 쓰레기와 목재·골판지 더미를 정비하고, 배수구와 계량기함 등 주요 서식지를 중심으로 방제하는 방식이죠. 인접 주거지까지 조사 범위를 넓혀 분포를 파악하고, 개체 수가 다시 늘지 않는지 지속해서 살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