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원화 강세 부담…대기자금은 파킹형으로

금과 달러,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나란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리 상승과 원화 강세가 각기 다른 경로로 수익률을 압박하면서 안전자산을 나눠 담아도 손실이 겹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기준 최근 3개월간 ‘ACE KRX금현물’은 9.80% 하락했다. 같은 기간 ‘KODEX 미국달러선물’은 10.24% 내렸다. 미국 초단기금리에 연동하는 ‘KODEX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도 -10.9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 장기국채 ETF도 부진했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9.10%였다. 최근 1개월로 기간을 좁혀도 이 상품은 6.37%, ACE KRX금현물은 7.23% 하락했다. KODEX 미국달러선물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보합권에 머물렀다.
금과 장기국채의 가격을 누른 공통 요인은 금리 상승이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9월 국제 금값은 전월 대비 8.5%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0.53%포인트 오른 5.3%를 기록했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의 상대적 매력은 낮아진다. 금을 보유하면서 포기해야 하는 이자 수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기존 채권도 시장금리가 상승할수록 가격이 내려간다. 특히 만기가 긴 채권은 금리 변화에 민감해 국채에 투자하더라도 단기 가격 변동을 피하기 어렵다.
국내 투자자에게는 환율도 부담이었다. 국제적인 달러 강세가 원화 기준 달러 투자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9월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2% 상승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등으로 원화 강세가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은 6월 말 1549.4원에서 9월 말 1352.8원으로 196.6원 하락했다.
특히 국내 달러선물 ETF는 달러지수보다 원·달러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달러 금리형 ETF 역시 이자 수익을 쌓더라도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이 이를 웃돌면 원화 기준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환노출형 해외자산을 여러 개 담아도 환율 위험은 겹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원화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KODEX 머니마켓액티브’는 최근 3개월 0.89%, 최근 1개월 0.32% 상승했다. 금·달러·장기국채 ETF와 대조적인 성과다. 가격 변동 부담을 줄이면서 단기 이자 수익을 확보하려는 투자 대기자금도 파킹형 ETF로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머니마켓 ETF는 초단기 채권과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해 단기금리 수익을 쌓는 상품이다. 투자자산의 만기가 짧아 장기국채보다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이 작다. 만기가 돌아오는 자금을 새로운 금리 수준에 맞춰 재투자할 수 있고, 원화로 운용해 달러 상품과 같은 환차손 부담도 없다.
한수진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국내 증시 방향성의 불확실성으로 대기성 자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단기 채권과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해 현금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파킹형 ETF로 돈이 몰렸다”고 말했다.
금은 가격 조정에도 위험 분산 수단으로서의 수요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상승이 금 가격을 압박했지만, 주식의 고평가 우려와 채권시장의 변동성 등이 금의 위험 분산 기능에 대한 수요를 견인하면서 자금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