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대에는 흐릿한 눈, 아무 의욕 없는 입꼬리를 한 삐쩍 마른 환자가 누워 있었다. 환자는 올 초 알코올 중독 병원에 입원했다가 술기가 빠지고 기운이 돌아오자 폭력적으로 돌변해 집기를 부수는 바람에 강제 퇴원당했다고 했다. 아내는 정말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돌아가실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하루 한 병 막걸리를 드리고 있었다. 병원이나 입원 얘기만 나오면 흐릿하던 눈에 온 힘을 모아 “절대 안 간다”며 독기 어린 눈을 부라렸다.
하는 수 없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수액을 놓았다. 말기 암 환자에게 쓰는 식욕촉진제를 처방하고, 이 약으로 술 말고 밥을 드시길 간절히 빌었다. 다음 주에 가 보니 약은 과연 효과가 있었다. 하루 한 병이던 막걸리가 두 병이 되어 있었다. 중독은 답이 없었다.
함께 다니던 직원이 자기 돈으로 죽과 국을 사고 밥을 싸 가져갔다. 그러나 그날 환자 상태는 너무 나빴다. 혈압은 낮고 피부는 말라 쪼그라들어 있었다. 강하게 입원을 권하고 당장 119를 부르라고 했다. 환자도 고비임을 느꼈는지 가겠다고 했다. 아내가 119를 부르는 것을 확인하고 우리는 다음 방문진료를 위해 집을 나섰다.
다른 환자 집으로 가는 길에 119에서 전화가 왔다. 환자가 입원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그 짧은 사이에 마음이 바뀐 것이다. 환자를 바꿔 달라고 하자 대원이 “스피커폰입니다, 얘기해 보세요” 하며 전화를 넘겼다. 나는 울컥했다. 모두 환자를 살리려 갖은 애를 쓰는데 정작 본인은 죽어버리면 그만이라는 듯한 태도에 단호해야겠다고 결의가 순간 일었다. 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OOO님 병원에 가셔야 사세요! 우리 모두 OOO님 살리려고 이렇게 애를 쓰는데! OOO님 사셔야죠! 사셔야죠!”
전화기 너머에서 모기만 한 목소리로 “네” 하는 소리가 들렸다. 119대원이 다시 전화를 받았다. “가신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전화를 끊고도 나는 여전히 울컥하고 있었다. 답이 없는 중독이라는 실체에. 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