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김상경의 Nature Finance] ⑧ AI 데이터센터 또 하나의 경쟁력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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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도 안정적 공급에 좌우돼
기업의 자연의존율 평가 중요해져
투자판단 시 수자원보호 질문해야

“이 데이터센터는 물을 어디서 가져옵니까?” 은행이 AI 사업에 대출하면서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낯설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의 안정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질문이다. AI의 답을 받는 몇 초 동안에도 화면 밖에서는 수많은 서버가 계산하며 열을 낸다. 이를 식히는 냉각설비는 방식에 따라 상당한 양의 물을 사용한다. AI의 두뇌인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도 깨끗한 물이 필요하다. 첨단기술인 AI도 결국 물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AI 경쟁에서 전력은 이미 익숙한 주제다. 이제는 물도 AI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다. 전기를 확보해도 물 공급이 불안정하면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주민의 식수와 농업용수, 산업용수가 같은 수원에 의존한다면 기업의 물 사용은 지역사회의 관심사가 된다.

자연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는 9월 22일 기술·통신 분야 지침과 함께 AI 가치사슬의 물 문제를 다룬 사례연구를 발표했다. 반도체 제조와 데이터센터의 물 의존과 영향이 기업과 금융기관의 위험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폈다.

금융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TNFD의 2026년 현황보고서를 보면, 권고안에 따른 정보공개를 약속한 802개 기관 중 금융기관의 운용자산 규모(AUM)는 26조6000억달러에 이른다. 자연이 금융의 판단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같은 규모의 데이터센터라도 입지에 따라 위험은 달라진다. 가뭄 때 물 공급이 유지되는지, 주변에서 같은 물을 사용하는 곳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야 한다. 기업이 울타리 안에서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더라도, 울타리 밖의 수원이 말라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문제를 차례로 살펴보는 도구가 바로 TNFD의 ‘LEAP 접근법’이다. 먼저 사업장과 취수원이 어떤 자연환경에 놓여 있는지 찾는다(Locate). 이어 물에 얼마나 의존하고 주변 수자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평가한다(Evaluate). 이를 바탕으로 물 부족이 비용과 가동에 미칠 위험, 물 절약으로 얻을 기회를 판단한다(Assess). 마지막으로 대응계획을 세우고 관련 정보공개를 준비한다(Prepare).

따라서 물 사용량만 확인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냉각방식과 계절별 사용량, 물을 재사용하는 정도도 봐야 한다. 방류수의 수질과 온도, 가뭄 때 대체 용수 확보계획도 중요하다. 이런 항목들은 단순히 환경 담당자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지속가능한 사업인지를 판단하는 자료다.

은행은 이 문제를 이렇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물 공급 차질은 비용 증가나 가동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의 수익이 줄면 대출을 갚는 능력에도 영향을 준다. 투자자 역시 같은 문제에 노출된다. 하천과 수원의 문제가 기업의 장부를 거쳐 금융기관의 위험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난 9월 폴슨연구소와 국제자연보호협회(TNC), 세계자연기금(WWF)이 발표한 ‘자연을 위한 금융(Financing Nature) 2026’은 자연보호와 경제적 번영이 함께 갈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이는 데이터센터의 물 재이용과 수자원 보호도 자연을 지키면서 동시에 사업을 지키는 투자라는 관점으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자연환경복원진흥원과 서울대 환경대학원 연구진이 2025년부터 매해 TNFD의 LEAP 접근법을 활용해 기업의 자연 관련 의존도와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이 평가자료와 재무자료로 기업의 위험과 대응능력을 살피고, 물 재이용 등 위험을 줄이는 투자에 자금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 TNFD 자료를 바탕으로 보면, AI 인프라를 늘리는 과정에서 정부는 지역의 수자원 여건을 살피고 기업은 물 사용과 대응계획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기관도 예상 수익에 더해 그 수익을 지속할 수 있는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AI에 투자하는 금융회사라면 기업에 물어야 할 질문이 하나 더 있다. “필요한 물을 오래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주변 물도 지킬 수 있습니까?” AI의 새로운 경쟁력은 그 답에서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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