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폰은 Base로 이동·아비트럼 노바는 유지보수 전환…독립 체인 비용 부담
“지속적 수요·독립 체인 필요성·운영 경제성이 L2 생존 가를 것”

이더리움 레이어2(L2) 시장에서 독립 체인을 접거나 운영 규모를 축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펏지펭귄 운영사 이글루(Igloo)가 만든 앱스트랙트(Abstract)가 체인 운영 종료를 결정한 데 이어 블래스트(Blast)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네트워크를 정리하기로 했다.
앞서 소폰(Sophon)은 자체 L2 대신 Base 위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전략으로 전환했고 아비트럼 생태계의 게임·소셜 특화 레이어2인 아비트럼 노바(Arbitrum Nova)는 유지보수 중심 체제로 축소됐다. 스크롤(Scroll)도 범용 퍼블릭 체인에서 애플리케이션 특화 네트워크로 방향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범용 L2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사업 모델에 대한 재평가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앱스트랙트·블래스트 잇따라 종료…“경제성 없다”
앱스트랙트는 6일(현지시간) 오는 12월 15일 네트워크 운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메인넷을 출시한 지 약 1년 11개월 만이다. 프로젝트 측은 성장 정체와 부족한 유동성, 제한적인 탈중앙화금융(DeFi) 생태계, 기관 채택 부족 등을 종료 배경으로 제시했다.
앱스트랙트는 소비자 중심 블록체인을 표방하며 144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과 4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했지만 이를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이글루의 루카 네츠 최고경영자(CEO)는 이글루가 지난 18개월간 앱스트랙트에 자금을 투입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수천만달러의 손실을 부담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에는 블래스트도 네트워크 종료를 발표했다. 블래스트는 체인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L2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넘어섰다며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 현실적인 경로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20억달러를 넘었던 디파이 예치자산(TVL)도 종료 발표 당시 약 3200만달러까지 줄었다.
두 사례 모두 초기 이용자와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체인 유지비 수백만달러…소폰·아비트럼도 비용 절감
L2 운영의 경제성 문제는 앱스트랙트와 블래스트에 그치지 않는다. 소폰은 지난 6월 자체 ZK 기반 L2를 종료하고 코인베이스의 Base 위에서 소비자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했다.
소폰 공동창업자에 따르면 자체 체인을 유지하는 데 롤업 서비스와 데이터, 분석·인프라 비용 등으로 연간 약 340만달러가 투입됐다. 소폰은 체인 종료를 통해 연간 지출을 약 300만달러 줄이고 해당 자금을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아비트럼 노바에서도 비슷한 비용 문제가 나타났다. 아비트럼 재단이 지난 5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노바를 기존 형태로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연간 비용은 약 152만달러였다. 서비스 관련 계약 비용이 약 134만달러, 검증자·시퀀서 등 인프라 비용이 18만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이더리움에 데이터를 게시하는 비용은 약 1만1000달러에 그쳤다.
재단은 이용량과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노바를 유지보수 중심 체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연간 운영비는 약 9만달러로 줄고 약 143만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덴쿤 업그레이드 이후 블롭 도입 등으로 이더리움에 데이터를 게시하는 비용이 낮아졌다고 해서 L2의 사업성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별도의 시퀀서와 노드, 개발·운영 인력, 외부 서비스와 생태계를 유지하는 비용은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
스크롤도 범용 체인 재검토…“체인보다 제품”
체인을 완전히 종료하지 않더라도 범용 L2 모델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스크롤은 지난달 DAO에 공개한 사업 방향에서 범용 퍼블릭 체인으로 남는 것이 더 이상 차별화에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 네트워크를 인공지능(AI) 서비스 컴퍼스(Compass)를 비롯한 자체 제품군을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 특화 네트워크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스크롤은 이에 앞서 비용 절감에도 나섰다. 올해 4월 이더파이(ether.fi)가 카드·캐시 사업을 옵티미즘 생태계로 이전하면서 약 1억6000만달러의 TVL과 연환산 약 1300만달러 규모 수수료가 빠져나가자 DAO 인력 축소와 보안위원회 해체 등을 추진했다.
소폰과 스크롤 사례는 독립적인 범용 체인을 유지하는 것보다 이미 유동성과 이용자를 확보한 체인 위에서 제품을 개발하거나 특정 용도에 특화하는 전략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속적인 수요·운영 경제성이 L2 생존 가를 것”
L2 시장의 수익도 일부 네트워크에 집중되고 있다. 이더리움 생태계 분석 플랫폼 growthepie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추적 대상 이더리움 L2 25개의 최근 30일 온체인 이익은 총 216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로빈후드 체인이 1583만달러, Base가 452만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만 이 수치는 이용자가 낸 수수료에서 L2 거래 내용을 이더리움 메인넷에 기록할 때 드는 비용 등을 뺀 값일 뿐이다. 인건비와 서버 비용, 사업개발비, 외부 서비스 계약비, 마케팅비, 생태계 인센티브 같은 실제 운영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체인이 온체인 기준으로 수익을 냈더라도 프로젝트 전체가 실제 흑자를 내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재환 포필러스 공동창업자 겸 밸리데이터 총괄은 “최근 움직임은 개별 프로젝트의 성과 부진과 범용 이더리움 L2 시장의 구조조정이 함께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독립적인 체인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과 그 체인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만큼의 수요를 확보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범용 L2는 사용자와 유동성, 애플리케이션이 서로를 끌어들이는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한데 수수료가 저렴하거나 처리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만으로는 이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토큰 보상으로 유치한 자금 역시 보상이 줄어든 뒤에는 이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살아남는 L2를 가르는 조건은 지속적인 수요와 독립적인 체인이 필요한 이유, 운영 경제성”이라며 “결과적으로 범용 L2는 강한 생태계를 갖춘 소수 네트워크로 집중되고 특정 용도에 맞춘 네트워크는 실제 고객 수요를 증명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