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광통신·의약품 등 큐브위성으로 우주 실증

누리호가 5차 발사에서 여러 위성을 정해진 순서와 간격에 따라 배치하며 ‘임무형 우주수송’ 역량을 확대했다. 발사체의 비행 성능을 확인하는 데서 나아가 서로 다른 임무를 가진 위성을 조건에 맞춰 운송하는 발사 서비스로 역할을 넓혔다는 평가다.
7일 우주항공청 등에 따르면 누리호 5차 발사에는 주탑재위성인 초소형군집위성 ‘네온샛’ 2~6호 5기와 부탑재 큐브위성 10기 등 총 15기가 실렸다. 큐브위성 가운데 1기가 분리되지 않아 실제 궤도에 투입된 위성은 총 14기다.
큐브위성은 우주를 각종 기술의 실증 무대로 활용한다. 국산 반도체와 우주용 전자부품, 광통신 기술을 실제 우주환경에서 시험하고 전리권과 고에너지 입자, 우주방사선, 미세먼지와 해양환경 등을 관측한다. 의약품 실험도 이뤄진다. 스페이스린텍의 위성에는 치매치료제 도네페질이 실렸다. 미세중력 환경에서 의약품 결정이 지상과 어떻게 다르게 성장하는지 확인해 우주환경을 활용한 신약 연구 가능성을 살핀다. 지방자치단체의 큐브위성도 처음으로 누리호에 실렸다. 대전시가 ‘대전샛-1호’를 쏘아 올려 대전 지역 우주기업의 기술을 검증하고 도시의 공간 변화를 관측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위성 분리에서 유일하게 사출에 실패한 쿼터니언의 ‘퍼샛02’호는 해양쓰레기를 감시하는 임무를 안고 있었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누리호에서는 정상적으로 사출 신호를 보냈으나 해당 위성이 사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누리호 위성부 전체 중량은 약 1071㎏이다. 많은 위성을 싣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위성을 충돌 없이 정해진 순서와 방향에 따라 분리해야 했다. 핵심은 군집위성 다중사출이다. 네온샛 5기는 위성 간 충돌을 막기 위해 약 35~40초 간격으로 차례로 분리됐다. 분리 과정에서 위성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기 위한 저충격 위성분리장치도 적용됐다. 주탑재위성 분리를 마친 뒤엔 발사체 자세를 바꿔 큐브위성을 순차적으로 사출했다. 한 발사체에 여러 종류의 위성을 싣고 각각의 조건에 맞춰 분리하는 운용 경험을 실제 비행에서 쌓은 셈이다.
이 같은 경험은 향후 상업 발사 서비스의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다. 자체 발사 수단이 없는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이 기술 및 부품에 대한 실증을 우주에서 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췄기 때문이다. 지구 저궤도가 과학 연구의 실험장이자 우주기술 실증의 테스트베드로 활용될 것이다.
이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 기획조정실장은 “그동안은 발사체 기술 확보 자체가 중요했다면, 기술이 안정화된 이후에는 위성을 원하는 궤도와 방향에 정확히 배치하는 수송 서비스 역량이 중요해진다”며 “발사 서비스 측면까지 고려했다는 점에서 한 단계 발전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주산업에 진입한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자기 기술을 우주에서 실제로 운영해 보는 것”이라며 “정부 주도로 이런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국내 우주산업 활성화에 큰 기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