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X, 녹색전환을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으로[정책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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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락 KAIST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초빙교수

날로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가 죽고 사는 문제라면, 성장과 일자리, 그리고 산업경쟁력은 먹고사는 문제다. 오랫동안 우리는 이 두 문제를 상충되는 별개의 영역으로 다루었다. 기후정책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규제였고, 산업정책은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진흥에 집중했다. 그러나 글로벌 통상 질서가 탄소 장벽을 세우고,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성패가 무탄소 전력 인프라에 좌우되는 지금, 기후와 산업은 하나의 방정식으로 묶였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에 거는 기대도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공세적 성장 전략으로 반전시키는 청사진이기 때문이다.

K-GX 전략은 향후 10년간 1,000조원의 재정과 금융의 투입, 220조원 규모의 시그니처 프로젝트, 5대 다배출 제조업의 체질 개선과 10대 녹색 신산업 육성 등 방대한 밑그림을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본질은 두 갈래의 전환이다. 하나는 우리나라 주력 제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산업의 녹색전환’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발판 삼아 차세대 기술과 제품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녹색산업의 성장동력화’이다.

세계가 탄소중립으로 가려면 결국 산업 현장이 바뀌어야 한다. 생산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하고, 공장을 가동하는 열과 전기가 무탄소로 전환되어야 한다. 철강,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기반을 갖춘 대한민국이 저탄소 공정과 전기화, AI기반 공정혁신을 결합해 돌파구를 연다면 기회는 충분하다. 국내 공장의 녹색 전환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의 공장을 탈탄소화하는 기술과 설비, 그리고 친환경 제품을 공급하는 나라로 도약할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수동적 규제 대응을 글로벌 녹색 신시장 선점이라는 공세적 성장동력으로 바꾸는 길이다.

우리보다 먼저 녹색전환(GX)을 추진한 일본은 10년간 150조 엔 규모의 민관 투자를 이끌어 내는 ‘GX 2040’ 비전을 통해 16개 산업별 투자 전략, GX경제 이행채, 탄소가격제를 유기적으로 결합했다. 우리의 K-GX는 산업뿐 아니라 지역, 금융, 사회적 포용까지 아우르며 한층 포괄적인 영역을 다룬다. 하지만, 정책의 범위나 투입 예산의 규모가 성패를 보장하지 않는다. 전 세계 기후정책 논의는 이제 얼마나 거창한 계획을 발표하는가를 넘어, 실제 투자가 계획대로 집행되고 약속한 성과가 나타나는가를 철저히 검증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전략에 포함된 ‘민관합동 K-GX 협의체’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 기구가 형식적인 보고서나 회의를 하나 더 늘리는 요식 행위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정책 발표 이후 주기적으로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장치가 되어야 한다. 성과가 미흡한 사업은 과감히 도려내고, 새로운 기술과 시장 변화에 맞춰 경로를 기민하게 수정하는 정책의 유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정부 지원만으로 만들어지는 녹색 전환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기술혁신이 가격을 낮추고, 시장이 수요를 형성하며, 민간 자본이 다시 혁신을 키우는 자생적인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태양광과 배터리가 세계를 바꾼 힘도 결국 규제가 아닌 시장의 선택이었다. 더 좋은 기술이 더 싸지고, 그것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거대한 산업이 만들어졌다.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더 효율적이고 더 경제적이며 더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제 세계는 온실가스를 줄이면서도 번영을 지속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과 산업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그 해답을 먼저 제시할 수 있다면, 기후위기는 더 이상 감내해야 할 족쇄가 아닌 새로운 도약의 날개가 될 것이다. 세계의 녹색전환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K-GX가 지향해야 할 길이다. 이번 정책 발표가 그 긴 여정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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