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3분 익명설문으로 공감·역량활성화·권한부여(3E) 측정, 응답 30명 넘고 승인 거쳐야 공개
시범조사로 검증한 뒤 2027년 첫 ‘청년이 일하고 싶은 기업 30’ 발표
“고용률 옆에 ‘마음까지 출근하는 비율’ 놓아야…점수는 살 수 없다”

한국 직장인 가운데 일에 몰입하는 사람은 13.8%다. 갤럽이 조사한 140개국 가운데 105위다. 청년 취업자는 8월까지 46개월 연속 줄었다. 김기찬 이투데이 사람중심경험연구소(HXI) 소장은 이를 일자리 수의 문제이기 전에 ‘사람의 잠재력이 꽃피지 못하는 문제’로 본다. 김 소장에게 연구소의 설립 배경과 목표, 운영 방안을 들었다.
△‘사람중심경험연구소’를 세운 계기는.
-청년에게 희망이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이 일을 시작합니다. 청년들의 일터 경험을 통해 청년을 휴먼 리소스(Human Resource), 즉 소모하는 자원이 아니라 휴먼 포텐셜(Human Potential), 곧 잠재력을 가진 사람으로 보고, 이들의 잠재력이 꽃피는 일터를 만들고자 이 일을 시작합니다.
43개국을 비교한 사람중심기업가정신(HCE) 지수에서 한국은 기업을 일으키는 힘은 세계 2위인데, 그 기업 안에서 사람의 잠재력이 꽃피는 힘은 26위입니다. 위험을 감수하는 힘은 1위, 혁신은 3위인데 일터 몰입은 27위입니다.
일도 구직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20~39세 청년이 올해 월평균 68만 명입니다. 청년이 첫 일자리를 그만두는 이유 가운데 가장 많은 것도 근로여건에 대한 불만족(44.4%)입니다. 들어가는 것만큼, 들어간 뒤에 무엇을 경험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좋은 기업’ 평가는 대부분 기업이 낸 자료나 한 번의 설문에 기대 왔습니다. 제도가 몇 개인지는 알 수 있어도, 그 제도 안에서 청년이 실제로 존중받고 성장한다고 느끼는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빈자리를 청년의 목소리로 채우겠습니다. 기업이 말하는 좋은 회사가 아니라 직원의 경험이 말하는 좋은 회사를 찾겠다는 뜻에서 이름에 ‘경험’을 넣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왜 이 청년은 부족한가?”가 아니라 “이 청년이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강점을 발견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감은 꿈을, 꿈은 몰입을, 몰입은 도전을, 도전은 혁신을 낳습니다.
△언제까지 무엇을 내놓나.
-좋은 일터를 찾고, 일터의 경험을 재고, 그 결과로 일터를 바꾸겠습니다.
첫째, 찾는 일입니다. 대표 사업이 「청년이 일하고 싶은 기업 30」입니다. 광고나 인기투표가 아니라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직접 답한 데이터로 고릅니다.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10~2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범조사를 벌여 신뢰도를 먼저 검증하고, 2027년 하반기에 첫 공식 결과를 발표하고 시상하겠습니다. 순위 발표를 서두르지는 않겠습니다. 한 번 발표한 숫자의 신뢰가 무너지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둘째, 재는 일입니다. 1차 목표는 청년 직장인 1만 명의 목소리입니다. 산업별, 지역별, 세대별로 한국 일터의 온도를 보여 주고, 이를 해마다 보고서로 펴낼 계획입니다.
셋째, 바꾸는 일입니다. 재는 데서 멈추면 평가로 끝납니다. 경영진과 직원의 인식 격차가 어디서 가장 큰지 진단하고, 작은 실험의 변화를 다시 숫자로 확인하는 순환을 만들겠습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 사회가 사람의 잠재력을 얼마나 꽃피우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거울이 되는 것입니다.
△3E로 무엇을 어떻게 재나. 기존 몰입도 조사와 다른 점은.
공감(Empathy)은 사람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 역량활성화(Enablement)는 사람이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권한부여(Empowerment)는 사람을 믿고 자유와 책임을 주는 것입니다. HCE 지수 2026에서 한국은 역량활성화가 64.1로 유일한 강점이지만, 권한부여는 24.1로 가장 낮습니다. 가르치고 도구는 주지만 맡기지는 않는 나라라는 뜻입니다.
측정은 직원 본인이 직접 답하는 3분짜리 익명 설문으로, 누구나 etodayhxi.com에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몰입도 조사와 가장 다른 점은 책임의 주어입니다. 몰입도 조사는 “직원이 몰입하고 있는가”를 묻습니다. 3E는 “회사가 직원이 몰입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는가”를 묻습니다. 모든 직원이 출근하지만, 모두가 몸과 마음을 함께 가지고 출근하는 것은 아닙니다. 갤럽이 마음까지 출근하는 직원이 얼마나 되는지를 본다면, HXI는 무엇이 직원의 마음까지 출근하게 만드는지를 봅니다.
△실명 공개에 따른 위험과 이해충돌 우려는 어떻게 관리하나.
지금까지 1달여 동안 기업의 응답들을 보면 대표·경영진은 3E에 평균 80점을, 직원은 49점을 줬습니다. 우리 조직이 좋은지 나쁜지는 관리자의 자리에서만 판단할 수 없습니다.
기업 공개는 응답자가 30명 이상이고, 연구소의 검토와 승인을 거쳤을 때만 합니다. 댓글 원문은 공개하지 않고 집계된 결과만 공개합니다. AI는 분석을 돕지만 순위를 정하지는 않습니다. 원칙은 분명합니다. “점수는 살 수 없습니다.” 순위에 들어가는 것도, 상을 받는 것도 팔지 않습니다.
△청년 고용률 숫자를 넘어 국가경제에 기여하려면.
고용률이 “얼마나 많은 청년이 일자리 안으로 들어왔는가”를 보여 주는 양적 지표라면, 3E는 “그 일자리에서 청년의 잠재력이 얼마나 활성화되고 있는가”를 보여 주는 질적 지표입니다. 고용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하는 지표입니다.
기업도 청년을 ‘뽑아 쓰는 기업’에서 잠재력을 피우는 ‘메디치형 파트너 기업’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600년 전 메디치 은행은 지점장을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라 파트너로 만들었습니다. 아이디어를 발견한 청년에게 실행의 책임만이 아니라 의사결정권과 성과 공유권도 함께 부여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몇 명이 출근했느냐만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출근하고 있는가.” 이것이 잠재력을 번영으로 바꾸는 국가의 새로운 질문이 되어야 합니다.
꿈은 크게, 시작은 작게, 행동은 빠르게(Dream Big, Start Small, Move Fast). 이제 기업가적 자세로 함께 시작하겠습니다.
정리=김재현 HXI연구소 사무국장 jaeg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