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젝티브, 기관용 금융 스택·RWA 사례 소개…“아시아 기관, 직접 자산 발행”
코인베이스 “토큰화 자체가 수요 만들진 않아”…스테이블코인·수탁 규제도 논의
토큰화가 자산을 블록체인 위에 올리는 데 그쳐서는 실제 금융 수요를 끌어내기 어렵고, 결제와 담보·유통 등 기존 금융 기능과 연결돼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 스테이블코인부터 실물자산(RWA)·토큰증권,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결제까지 서로 다른 흐름을 하나의 금융 인프라 전환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인젝티브 재단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디캠프에서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2026(KBW2026) 공식 사이드 이벤트 ‘더 뉴 파이낸셜 에라: 서울(The New Financial Era: Seoul)’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LG CNS와 SMBC닛코증권, 코인베이스, 비트고, 미국 블록체인협회, 포필러스, BDACS 등 국내외 금융·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행사는 키노트와 토큰화·자본시장, 스테이블코인·규제를 주제로 한 패널 토론으로 구성됐다.
앤드류 강 인젝티브 재단 한국 총괄은 “한국은 토큰증권과 스테이블코인 분야에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국내 기관들도 일본과 미국 등 해외의 흐름에 관심이 높다”며 “글로벌 시장을 만들고 규율하는 분들과 국내 금융기관이 한자리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LG CNS “토큰화는 기술 트렌드 아닌 금융 인프라 전환”
LG CNS는 이날 CBDC와 예금토큰, 스테이블코인 등 ‘화폐의 토큰화’와 RWA·토큰증권 등 ‘자산의 토큰화’를 하나의 금융 인프라 전환 과정으로 제시했다.
이정화 LG CNS 금융AX담당 디지털트러스트서비스팀장은 ‘LG CNS가 준비하는 프로그래머블 이코노미(Programmable Economy)’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토큰화된 디지털 화폐와 자산이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금융 인프라 자체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개인과 기업에 더해 AI 에이전트가 새로운 경제 주체로 등장하고, 거래 역시 사전에 설정된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실행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LG CNS는 한국은행의 기관용 디지털화폐·예금토큰 실증인 ‘프로젝트 한강’ 1·2단계에서 주사업자를 맡고 있다. 발표에 따르면 2단계에서는 참여 은행 확대와 함께 예금토큰의 자동 입출금, 개인 간 송금,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연계, 생체인증 등 기능 확대가 추진되고 있다.
특히 LG CNS는 토큰화된 화폐와 자산이 실제 금융시장 안에서 연결되는 과정에 주목했다. 디지털 화폐를 이용해 토큰증권 등 RWA 거래대금을 온체인에서 결제하고, 서로 다른 원장과 블록체인 네트워크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상호운용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LG CNS는 관련 실증을 통해 디지털 화폐 기반 대금동시결제(DvP)와 원장 간 상호운용 구조를 검증해 왔다.
AI가 사람을 대신해 직접 결제하는 ‘에이전틱 파이낸스’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LG CNS는 프로젝트 한강에서 AI 에이전트가 위임받은 권한 안에서 예금토큰으로 직접 결제하는 구조를 실증한 데 이어, 올해에는 결제 수단을 예금토큰뿐 아니라 스테이블코인과 신용카드까지 넓히는 ‘레일 애그노스틱(Rail-Agnostic)’ 결제로 확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목적기반화폐(PBM·Purpose Bound Money)가 위험 통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PBM은 사용 목적이나 조건을 사전에 설정하고 해당 조건이 충족됐을 때 자금 이동이나 결제가 이뤄지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LG CNS는 정부 정책자금이나 기업의 조건부 결제뿐 아니라 향후 AI 에이전트 결제에도 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LG CNS는 프로젝트 한강에서 구축한 디지털화폐 인프라를 퍼블릭 블록체인 환경으로 확장한 스테이블코인 플랫폼 솔루션도 10월 초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젝티브 “기관, 온체인서 직접 자산 발행 단계로”
인젝티브 측은 이어 지난 1년간 구축한 기관용 금융 인프라와 RWA 사례를 소개했다.
인젝티브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명의개서대리인(Transfer Agent) 등록과 유럽 시장을 겨냥한 MiCA 백서, 미국 규제 거래소의 INJ 선물 상장 등을 기관 시장 진입을 위한 기반으로 제시했다.
RWA 사례로는 파인애플 파이낸셜의 모기지 자산 온체인화와 노무라그룹 레이저 디지털의 펀드 토큰화가 소개됐다. 아시아에서는 뮤직카우의 음악 저작권 토큰화와 포스코인터내셔널·LG CNS의 무역 매출채권 토큰화 파일럿 등이 언급됐다. 인젝티브는 프라이버시 플랫폼 ‘사이퍼OS(CypherOS)’도 이날 아시아에서 처음 소개했다고 밝혔다.
인젝티브 측은 “아시아 기관들은 더 이상 지켜보기만 하지 않는다”며 “인젝티브 위에서 직접 인프라를 운영하고 자산을 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월가와 아시아의 실물자산을 글로벌 온체인 시장과 연결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토큰화했다고 팔리는 것 아냐”…활용처가 핵심
이어진 ‘토큰화와 자본시장(Tokenization & Capital Markets)’ 패널에서는 자산을 온체인에 올리는 것 자체보다 이후의 활용처가 중요하다는 데 논의가 집중됐다.
패널에는 복진솔 포필러스 리서치 총괄을 비롯해 SMBC닛코증권, 코인베이스, 인젝티브 관계자들이 참여해 국채·머니마켓펀드(MMF) 이후의 토큰화 자산과 기관의 퍼블릭 블록체인 활용, 프라이버시 등을 논의했다.

닉 시 통 코인베이스 아시아태평양(APAC) 리드는 “토큰화 자체가 수요를 만들지는 않는다”며 “수요는 온체인에 올라간 자산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강 총괄 역시 “오프체인에서 팔리지 않는 상품은 토큰화한다고 팔리지 않는다”며 토큰화 자산이 담보 등 실질적인 활용처를 확보해야 자본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패널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결제, 수탁, 온체인 금융을 둘러싼 규제 방향이 논의됐다. 린지 프레이저 미국 블록체인협회 최고정책책임자, 수나이나 투테자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최고혁신책임자, 아벨 시우 비트고 매니징 디렉터 등이 참여했다.
투테자 전 최고혁신책임자는 규제를 “켜고 끄는 스위치가 아니라 스로틀”에 비유하며 기술과 시장의 발전 속도에 맞는 규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레이저 최고정책책임자는 기존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실제 위험을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우 매니징 디렉터는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수탁이 부수적인 기능이 아니라 기관 참여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