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이라는데 무슨 종목이지?"…쿠라시·테크볼의 발견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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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라시 뜻·테크볼 뜻은?…금메달로 이름 알린 아시안게임 이색 종목

▲28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현 무도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쿠라시 여자 78kg급 결승 대한민국 모수민과 우즈베키스탄 포키자혼 카몰디노바의 경기. 대한민국 모수민이 공격하고 있다. 모수민은 이날 은메달을 획득했다. (연합뉴스)

도복을 잡고 상대를 메치는 쿠라시, 휘어진 테이블 위로 발과 머리를 써 공을 넘기는 테크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소식을 접한 뒤 종목 이름과 규칙부터 찾아보게 되는 순간이 찾아왔는데요.

29일 김민영(한국체대)은 여자 87㎏ 초과급에서 한국 쿠라시의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앞서 20일에는 테크볼 국가대표 이준석이 남자 단식 초대 챔피언이 됐는데요. 종목을 처음 접한 관중들에게는 발견의 순간이었지만, 선수들에게는 오래 준비한 목표를 이룬 날이었죠.

세팍타크로와 카바디도 아시안게임에서 만날 수 있는 종목인데요. 우즈베키스탄의 전통 무예부터 동남아시아의 공놀이, 헝가리에서 탄생한 신생 스포츠까지… 이 종목들의 규칙과 선수들의 도전을 살펴보면 아시안게임의 다른 얼굴이 보입니다.

▲28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현 무도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쿠라시 여자 78kg급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모수민이 시상대에 올라 메달리스트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모수민(은메달), 우즈베키스탄 포키자혼 카몰디노바(금메달), 인도 핀키 발하라, 우즈베키스탄 쇼히스타 나자로바(동메달). (연합뉴스)

유도와 닮은 쿠라시…서서 메치는 우즈베키스탄 무예

쿠라시(Kurash)는 우즈베키스탄의 전통 씨름인데요. 파란색과 초록색 상의를 입은 두 선수가 도복을 잡고 상대를 넘어뜨리는 모습이 유도와 닮았습니다.

승부의 중심은 서서 상대를 메치는 기술인데요. 상대가 떨어진 부위와 기술의 정확성에 따라 판정이 달라지고, 유도의 ‘한판’에 해당하는 ‘할랄(Khalol)’이 나오면 경기가 끝납니다. 목을 조르거나 팔 관절을 꺾는 기술은 허용되지 않죠.

쿠라시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부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됐습니다. 종주국 우즈베키스탄은 2023년 열린 항저우 대회에서 금메달 4개로 종목 메달 순위 1위에 올랐는데요.

한국 선수들은 유도에서 쌓은 기술을 이 무대에서 활용했죠. 김민영은 중학교 때 친구를 따라 유도를 시작했고, 대학 진학 뒤 교수의 권유로 쿠라시를 병행했습니다. 김민영의 금메달 하루 전에는 모수민(한국체대)이 여자 78㎏급 은메달을 땄는데요. 한국 여자 쿠라시의 첫 아시안게임 입상에 이어 첫 우승까지 나온 거죠.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이라크 알리 자릴 메제르 알엘라야위에게 승리해 금메달을 획득한 이준석이 승리에 순간 높게 점프하고 있다. (연합뉴스)

탁구대 앞에서 축구공을…테크볼의 ‘세 번 터치’

테크볼(Teqball)은 축구와 탁구를 결합한 스포츠입니다. 2012년 헝가리에서 고안됐으며, 양쪽 끝이 아래로 휘어진 전용 테이블에서 축구공을 주고받는 운동인데요. 이번 아이치·나고야 대회에서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처음 열렸죠.

공은 손과 팔을 제외한 신체 부위로 다룹니다. 발로 받아 허벅지로 띄우고 머리로 넘기는 식인데, 상대에게 돌려보내기까지 최대 세 번의 터치가 허용되는데요. 같은 신체 부위로 두 번 연속 공을 건드리거나 상대에게 넘길 수 없고, 테이블이나 상대 선수에게 몸이 닿아도 안 됩니다.

복식에서는 두 선수가 적어도 한 번 공을 주고받아야 하는데요. 한 세트는 12점까지 진행하며, 세 세트 가운데 두 세트를 먼저 따내면 승리합니다. 공을 다루는 기술에 더해 어느 부위를 쓰고 언제 동료에게 연결할지도 빠르게 판단해야 하죠.

초대 남자 단식 챔피언 이준석의 출발점은 축구였습니다. 그는 21살까지 K4리그에서 뛰다가 축구 선수 생활을 마쳤고, 족구를 거쳐 테크볼에 입문했는데요. 축구와 족구에서 익힌 기술을 새로운 종목에서 이어간 셈입니다.

▲28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 공원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세팍타크로 여자 더블 한국과 베트남 준결승 경기. 한국 한예지가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족구처럼 보이지만…공을 바닥에 떨어뜨릴 수 없는 세팍타크로

세팍타크로는 동남아시아에서 발전한 스포츠입니다. 이름은 ‘차다’를 뜻하는 말레이어 ‘세팍’과 공을 뜻하는 태국어 ‘타크로’를 합쳐 만들었는데요. 네트를 사이에 두고 발과 허벅지, 머리로 공을 주고받아 ‘발로 하는 배구’라고도 불리죠.

족구와 달리 공을 바닥에 튀길 수 없습니다. 최대 세 번의 터치 안에 상대 코트로 넘겨야 하며, 공이 바닥에 떨어지면 실점하는데요. 공격수가 공중에서 몸을 뒤집어 발로 내려찍고, 수비수가 발을 높이 들어 막는 장면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기본 종목인 ‘레구’는 3명이 한 팀을 이루며, ‘더블’은 2명, ‘쿼드’는 4명이 출전하는데요. ‘팀레구’는 여러 레구가 나눠 경기를 치르는 단체전입니다.

한국 여자 대표팀은 지난달 25일 팀레구 결승에서 태국에 져 세 대회 연속 은메달을 땄는데요. 이민주(부산환경공단)에게는 네 번째 아시안게임 은메달이었습니다. 그는 2014 인천 대회 레구,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와 2023년 열린 항저우 대회 팀레구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했죠.

이민주는 이번 결승에서 상대가 찬 공에 목덜미를 맞고 쓰러졌다가 다시 코트에 섰습니다. 경기 뒤에는 “마지막 대회라고 생각했기에 끝까지 뛰었다”고 말했는데요. 화려한 발기술 뒤에는 네 차례 아시안게임에 걸친 태국과의 승부가 있었습니다.

▲28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 공원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세팍타크로 여자 더블 한국과 베트남 준결승 경기 종료 후. 세트 스코어 0-2로 패해 동메달이 확정된 한국 한예지, 이민주, 김세영 선수와 코치가 베트남 선수단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명이 일곱 명 사이로…카바디의 공격과 탈출

카바디는 인도에서 시작된 팀 스포츠인데요. 한 팀에서 7명이 코트에 서고, 공격수 한 명이 상대 진영에 들어가 수비수를 터치한 뒤 돌아오면 득점합니다. 수비수들은 공격수가 돌아가지 못하도록 붙잡습니다. 공 없는 술래잡기에 몸싸움과 탈출 기술이 더해진 경기죠.

공격수가 “카바디, 카바디”를 반복하는 모습이 특징인데요. 공격하는 동안 숨을 새로 들이마시지 않고 이 말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죠. 공격수는 누구를 건드리고 어느 틈으로 돌아갈지 판단하고, 수비수들은 움직임을 맞춰 퇴로를 막아야 합니다.

카바디는 1990 베이징 대회부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었는데요. 한국 남자 대표팀은 2018년 조별리그에서 종주국 인도를 꺾고, 준결승에서 파키스탄을 넘어 결승에 올랐습니다. 이란에 패했지만, 한국 카바디의 첫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따냈죠.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한국 이준석이 이라크 알리 자릴 메제르 알엘라야위에게 1세트를 이긴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안게임 쿠라시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모수민이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림픽 종목에 아시아 각 지역의 스포츠를 더하다

이 종목들이 아시안게임에 모이는 데는 이유가 있는데요. 아시안게임은 올림픽 종목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아시아 각 지역의 스포츠를 함께 담습니다. 조직위의 대회 기본계획에는 쿠라시가 중앙아시아, 카바디가 남아시아, 세팍타크로가 동남아시아 종목으로 분류돼 있죠. 동아시아의 우슈, 서아시아에서 선택한 주짓수도 같은 틀에 포함됩니다.

지역별 종목을 함께 보면 강국의 얼굴도 달라지는데요. 쿠라시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이, 여자 세팍타크로 팀레구에서는 태국이 높은 벽으로 등장합니다. 한국 선수들이 이 나라들을 상대로 어떤 기술을 익히고 경쟁해왔는지도 아시안게임에서 드러났죠.

헝가리에서 탄생한 테크볼의 합류는 종목 구성이 신생 스포츠로도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데요. 익숙한 운동의 기술을 새로운 규칙에 적용한 선수들이 국제종합대회에서 자신의 종목을 알릴 무대를 얻은 것입니다.

▲21일 일본 나고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메달리스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근대5종 김성진 감독, 근대5종 이종현, 서창완, 전웅태, 성승민, 테크볼 이준석 선수, 이용섭 감독 (연합뉴스)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우리는 어떻게 하죠”

종목 이름이 알려지고 메달을 따내는 일은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문제와도 연결되는데요.

이준석은 생업과 운동을 병행하다 올해 2월 테크볼의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 소식을 듣고 계약직 생산직원으로 일하던 대기업에 사표를 냈죠. 대회를 앞두고는 사비로 헝가리에 가 현지 선수들에게 소셜미디어로 연락해 훈련했는데요. 어머니가 마련해준 테크볼 테이블도 출발을 뒷받침했죠.

대표팀은 진천선수촌 대신 별도의 공간에서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이용섭 감독은 대회 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우리는 어떻게 하죠”라고 묻기도 했다고 전했는데요. 처음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는 대회 이후의 진로도 고민이었던 겁니다.

금메달을 딴 이준석의 바람도 구체적이었는데요. 그는 실업팀이 없어 선수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도전하는 현실을 전하며 “앞으로 실업팀이 생기고,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죠.

쿠라시와 테크볼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첫 금메달과 함께 이름을 알렸습니다. 선수들에게는 다음 대회를 준비할 시간도 필요하죠. 메달로 모인 관심이 실업팀과 안정적인 훈련 여건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앞으로 지켜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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