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경제 문제로 ‘필연적 혼자’ 돼
사회안전망에 싱글족 품어야 할 때

‘필연적 혼자의 시대’, ‘결혼 옵션 세대: 반세기의 선택이 만든 저출생 대한민국’, ‘가족이라는 사치’, ‘사랑과 안정: 결혼이 만드는 꿈과 불안, 그 너머 관계의 기하학’. 최근 젊은 연구자들이 가족과 결혼을 향해 던진 화두를 담은 책의 제목이다.
‘취업은 필수요 결혼은 선택’이란 유행어를 처음 접한 건 88학번이 3학년이던 시절 제자들을 통해서였으니, 36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당시 자신들의 모토는 “가족계획은 이웃집과 상의해서 두 집 건너 하나씩”이라 했었는데, ‘말이 씨가 된다’고 오래된 농담이 현실화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결혼은 선택이란 의미 속엔 ‘결혼? 하기는 할 텐데, 언제 할 것인지, 누구와 할 것인지, 어떤 상황이나 조건에서 할 것인지’ 등을 여성 입장에서 선택하고 싶다는 희망사항이 담겨 있었다. 결혼 적령기 압력을 느껴 등 떠밀려 결혼하지는 않겠다는 의지에, ‘사랑이 밥 먹여 주나? 결혼은 비즈니스’라는 엄마 세대의 의견에 무조건 동조하고 싶지 않다는 고집에, 평생을 함께 하고픈 영혼의 동반자를 만났을 때, ‘진정 이 사람이다’ 느낌이 왔을 때 결혼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었다는 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혼인 건수를 보면 1996년의 43만4000건이 1위를 기록했고, 1992년의 41만9000건, 1991년의 41만6000건이 그 뒤를 따랐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 수치도 1980년 10.6명, 1981년 10.5명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1991~1992년에는 9.6명을 기록해 결혼은 선택을 외침에도 웬만하면 누구나 결혼하는 ‘보편혼’ 양상을 보여주었다.
한데 요즘 등장한 “결혼 옵션” 세대에게는 선택의 의미가 질적으로 달라졌다는 인상이 강하게 풍겨나온다. ‘결혼 옵션 세대’의 저자들은 1985~1996년생 고학력 여성을 중심으로 자신의 인생에서 커리어를 최우선에 두고 결혼은 명실공히 선택이라 인식하는 세대가 등장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결혼을 선택할 경우 고학력 여성 입장에서는 커리어를 희생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결혼의 기회비용을 감당하기보다 커리어를 선택하는 쪽으로 강하게 기운다는 해석이 담겨있다.
그런가 하면 누구나 결혼하던 시대와 달리 ‘결혼=성취’라는 의미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결혼에 앞서 일정한 정도의 경제생활 및 주거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결혼 자체를 선택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는 안타까운 이들이 증가하고 있음 또한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그 결과, 원해서일 수도 있고 원치는 않았지만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는 “필연적 혼자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와중에 50세를 기준으로 ‘한 번도 결혼해본 적 없는 인구’ 비율을 의미하는 독신율 혹은 생애미혼율도 가파르게 증가 중이다. 특히 여성 독신율 추이를 보면 1990년 0.5%, 1995년 0.7%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2000년 1.3%, 2010년 2.5%로 증가 속도가 빨라진 이후, 2020년 7.1%, 2025년 10.5%로 높아졌다.
문제는 이들 싱글을 가족으로 볼 것인지 여부가 여전히 논쟁 중인 가운데, 다수의 싱글이 가족 관련 정책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한편으로는 여전히 남아 있는 사회적 낙인과 싸워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친화적 정책에서 소외된 채 불공정한 대우를 감내할 수밖에 없음이 싱글의 엄혹한 현실이 되고 있다. 이제 ‘결혼=옵션’을 외치는 시대에 싱글로 남은 이들을 위해, 싱글친화적 복지정책 수립에도 다각도의 관심을 기울일 때가 왔다. 각자도생을 금과옥조로 삼기보다 사회 안전망 속으로 이들 싱글을 품어야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