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등 협업·신뢰관계 앞다퉈 연구
사용자경험 통해 새로운 가치 창출

AI혁명과 함께 심리학의 활용무대가 크게 넓어지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디지털 헬스케어 등 첨단산업 곳곳에서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는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왜 그럴까?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역설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진다. 사람은 무엇을 편리하다고 느끼는가. 무엇을 믿고 의심하는가. 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거부하는가. 언제 AI에 의존하고 왜 불안해하는가. 이것은 공학만으로 풀 수 없는 심리학의 영역이다.
고려대학교가 2021년 문과대학 소속 심리학과를 독립시켜 단과대학 수준의 심리학부로 전환한 것도 상징적인 변화다. 오늘날 심리학은 뇌과학, 인공지능, 데이터과학, 사용자 경험(UX), 조직행동 등 다양한 분야와 빠르게 결합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욱 흥미롭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의 심리적 영향(Psychological Influences of AI)’이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생성형 AI가 인간의 인지, 감정, 행동과 웰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있다. AI에 대한 신뢰와 의존, 인간의 주도권, AI를 사람처럼 느끼는 의인화 현상까지 연구 대상이다.
구글도 인간과 AI의 협업을 연구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76명을 대상으로 대화형 AI 사용과 생산성·신뢰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사용자의 숙련도와 과제에 따라 효과가 달랐으며 AI의 판단을 지나치게 받아들이는 ‘자동화 안일성(automation complacency)’도 관찰됐다.
세계적인 AI기업들이 기술 개발과 함께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의 성능을 높이는 것만큼 인간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기술수준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감정과 습관, 신뢰와 불안이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첨단기술일수록 심리적 장벽이 높아진다.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아닐까?” “개인정보는 안전한가?” “AI가 틀리면 누가 책임지는가?” “AI를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가?”
이러한 불안과 의심을 해결하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외면받을 수 있다. 좋은 기술을 만드는 것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기술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바로 이 간격을 메우는 학문이 심리학이다.
AI시대 심리학의 효능은 구체적이다.
첫째, 신뢰를 설계한다. AI를 불신해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믿어도 위험하다. 적절한 신뢰 수준을 형성해야 한다.
둘째, 사용자 경험을 개선한다. 무엇이 편리하고 불편한지, 언제 친밀감과 거부감을 느끼는지를 알아야 사람들이 좋아하는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셋째, 인간의 선택과 행동을 이해한다. 인간은 언제나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감정과 습관, 편향과 사회적 영향이 판단에 개입한다.
넷째, AI 과잉의존을 방지한다. AI가 유능해질수록 인간이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기계의 답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위험도 커진다.
다섯째, 인간과 AI의 협업능력을 높인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과 AI가 서로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심리학은 첨단기술의 효능을 높이고 시장에서 성공하도록 돕는 실용학문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AI기술의 마지막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