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고금리 공포⋯원화채 '나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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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채 10년물 5.2%·30년물 5.5% 돌파…일본·유럽도 동반 상승
유가·재정에 미국채 수요기반 약화까지…국고10년 4.5% 돌파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고이란 기자 photoeran@

글로벌 채권시장이 발작 증세를 보이며 주요국 국채 금리가 수년 혹은 수십년 만에 최고치를 돌파했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 속에서 추석 연휴를 마친 원화채 시장도 패닉장을 연출하고 있다. 미국채 금리 상승이 국제유가 급등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추가 금리인상 우려에 그치지 않고 재정적자와 국채 매수 기반 약화까지 맞물린 결과여서다. 국내에서도 수입물가 반등과 함께 한국은행 추가 인상 가능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추석 연휴 끝무렵 미국과 이란간 협상 재개 기대에 국제유가가 일부 하락했음에도 채권금리는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연휴 기간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5.2%를, 30년물은 5.5%를 넘어섰다. 각각 2007년과 2004년 이후 최고치다.

유럽과 아시아 시장도 쓰나미를 피하지 못했다. 일본 국채 10년물은 한때 3.1%를 넘어서며 1996년 이후 30년만에 최고치를 보였고, 독일 국채 10년물은 3.6%에 육박해 2009년 이후 최고치를 새로 썼다. 프랑스 역시 최근 신용등급 강등 여파까지 더해지며 30년물 금리가 5.2%대를 기록했다.

▲25일 기준 (체크)

문제는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공포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53%는 미국채 30년물 금리가 연내 6%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 금리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의 10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한때 70% 넘게 반영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미국채 10년물 금리 상단 범위를 5.3%로 제시하면서도, 과거 오버슈팅 사례를 감안하면 5.6%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같은 금리 고공행진 배경에는 복합 요인이 얽혀 있다. 중동 전쟁 재확산에 따른 국제유가 반등이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며 통화 긴축 경계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빅테크(AI 기업)들의 폭발적인 회사채 발행과 각국의 확대재정 기조가 결합했다. 즉, 국채 공급은 쏟아지는데 매수세는 부진한 '수급 불균형'이 가시화됐다. 미국채 투자의 가장 큰 손인 일본 투자자 역시 환헤지 비용을 감안하면 자국 국채보다 미국채를 살 유인이 줄었다.

더 심각한 것은 미국채 손바뀜과 매수 기반 약화다. 미·중 갈등, 그린란드 이슈, 미·캐나다간 관세전쟁 등으로 중앙은행 등 역외 공공부문과 노르웨이 NBIM 및 네덜란드 ABP 등 주요 연기금 등이 미 국채 매도 및 비중 축소에 나섰다. 반면, 이 자리를 금리 민감도가 높은 민간 및 헤지펀드가 채우면서 시장 유동성 약화와 금리 변동성 증폭을 야기하고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 측면에서는 AI 회사채와 재정적자 확대, 수요 측면에서는 해외 공공부문 및 연기금 스탠스 변화가 미국채 금리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8일 수치는 금투협 오전 고시금리 기준 임 (금융투자협회)

대외발 쓰나미는 원화채 시장에도 고스란히 밀려들고 있다.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국내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와 한·미 금리차 역전 부담,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압력이 시장을 옥죌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긴축 발작이 진정되기 전까지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유가 및 대외금리 불안으로 국내 시장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단순 유가 안정이 아니라 글로벌 고금리로 인한 경기 둔화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금리) 상방 리스크에 대비한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대외 긴축 압력이 확산될 경우 한은의 터미널레이트(최종 기준금리)를 기존 전망치인 3.50%를 넘어 3.75%까지 상향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 금융투자협회 고시에 따르면 국고3년물은 10.6bp 상승한 4.112%를, 국고10년물은 15.0bp 폭등한 4.542%를, 국고30년물은 11.6bp 급등한 4.679%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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