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김상경의 Nature Finance] ⑦ 자연보전은 비용 아닌 투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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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복구비 지원하던 기존 방식서
사전에 위험 줄이는 금융으로 전환
발상 바꾸면 생산적 금융모델 나와

“하천을 정비하는 데 수백억 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돈을 누가 부담해야 할까요?”

얼마 전 한 지방자치단체를 방문해 지역 하천의 치수와 자연환경 문제를 논의하다가 나온 질문이다. 이 하천은 주민의 상수원인 동시에 주변 100여 개 기업의 생산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자연자산이다. 하지만 제방을 보강하고 수질과 생태환경을 개선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했다.

하천을 이용하는 기업에 비용을 나누어 부담시키면 되지 않을까. 계산만 놓고 보면 간단해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참여할 기업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주민 모두가 사용하는 상수원이자 공공재인 하천의 정비비를 왜 특정 기업이 부담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기업이 하천의 자연위험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하천이 범람하면 공장이 침수되고 물류가 중단된다. 가뭄으로 용수가 부족해지거나 수질이 악화하면 생산비용이 늘어난다. 환경규제가 강화되면 추가 설비투자도 필요하다. 자연위험은 결국 기업의 매출과 현금흐름, 상환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금융회사에도 자연위험은 곧 신용위험이 되는 것이다.

최근 네팔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빙하 붕괴로 시작된 홍수는 주택과 도로, 교량뿐 아니라 다수의 수력발전시설을 파괴했다. 전력 생산이 급감하면서 네팔은 방글라데시로의 전력 수출을 중단하고 인도 수출도 축소했으며, 통상적인 건기보다 앞서 인도에 전력 수입 승인을 요청해야 했다. 자연의 변화가 한순간에 국가의 에너지와 산업, 무역과 재정을 흔든 것이다.

세계의 관심은 AI에 집중돼 있다. 기업들은 AI가 산업과 일자리,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논의한다. 그러나 AI가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면, 자연환경은 기업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기본적 토대다. 안정적인 물과 에너지, 안전한 사업장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기업에 하천 정비비를 부담시킬 것이 아니라, 자연위험을 미리 줄이는 기업의 금융비용을 낮춰줄 수는 없을까. 예를 들어 기업이 사업장에 침수방지시설과 배수·용수시설, 오염저감시설을 설치하거나 물 사용량과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공정으로 전환한다고 해보자. 이것은 단순한 환경보호 비용이 아니다. 조업 중단 가능성을 낮추고 기업의 회복력과 상환능력을 높이는 투자다.

금융회사는 기업의 자연위험 노출도와 개선계획을 평가해 장기 시설자금을 제공할 수 있다. 일정한 개선목표를 달성한 기업에는 대출금리나 보증조건을 우대하는 성과연계 방식도 가능하다. 은행이 하천 정비비를 대신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위험을 줄여 부실 가능성을 낮추는 기업에 위험에 상응하는 금융조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기업의 금리를 일률적으로 낮추자는 뜻은 아니다. 기업별 자연의존도와 자연위험을 ‘자연관련 재무정보 공개협의체(TNFD)’ 관점에서 평가하고, 투자계획이 실제로 위험을 얼마나 줄이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지자체는 하천과 기업에 관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자연환경·생물다양성 전문가는 위험과 개선 효과를 평가하며, 금융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대출·보증·투자 방식을 설계할 수 있다.

처음부터 거대한 사업을 만들 필요도 없다. 자연위험에 많이 노출된 지역기업 10~20곳을 선정해 침수·용수·수질 위험과 시설투자 수요를 조사하는 시범사업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 대출의 금리 우대, 신규 시설자금, 지역 보증기관 연계 가운데 실행 가능한 방식을 찾는 것이다.

하천 정비와 상수원 보호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져야 할 공공사업이다. 기업은 사업장 안팎의 자연위험을 줄이고, 금융은 그 투자를 지원해야 한다. 재해가 발생한 뒤 복구비를 지원하는 금융에서,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을 줄이는 금융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하천을 지키는 일이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경영위험과 금융비용을 함께 낮추는 일이 된다면, 자연보전은 더 이상 부담이 아니라 투자가 된다. 한 지역의 하천에서 시작된 작은 실험이 지역기업과 금융회사를 연결하는 새로운 생산적 금융 모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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