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임미화의 부동산, 가격 너머] 부동산 세금을 계산하지 못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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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법에 전문가들도 손사래
예측불허 정책이 국민신뢰 허물어
불확실성 걷어내야 시장안정될 것

최근 국세청에 접수된 부동산 세법 질의가 지난해의 두 배로 늘었다고 한다. 집을 사고, 갖고, 파는 세 단계 모두에서 내가 낼 세금이 얼마인지 세무사에게 물어야 아는 나라가 된 것이다. 세율표는 있지만 세율표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발표된 세제개편안을 보자. 1세대 1주택 종합부동산세 기준은 공시가격 14억 원으로 올리되 기본공제는 실거주와 비거주를 나누고,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70%로 올리되 3주택 이상과 조정대상지역 보유자는 2028년부터 80%를 적용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2027년과 2028년 두 해만 완화하고, 추가 개정이 없으면 2029년에 원래대로 돌아간다.

개편의 방향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시간 구조이다. 이 설계 아래에서 가구가 계산해야 하는 것은 세율이 아니라 ‘언제’이다. 지금 팔 것인가, 2027년에 팔 것인가, 다음 정부는 이 조항을 유지할 것인가.

돌아보면 한국의 주택 세제는 늘 이랬다. 취득세 중과, 종부세, 양도세 중과와 유예와 완화가 시장 국면마다 켜지고 꺼졌다. 세제가 재정을 떠받치는 안정장치가 아니라 경기를 조절하는 신호등으로 쓰인 것이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의 보유세는 지방세로서 수십 년 단위로 안정적이고, 양도차익은 소득세 체계 안에서 과세될 뿐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이 널뛰지 않는다. 그 나라 가구는 세금을 예측하지 않고 계산한다. 정부가 바뀌어도 세금은 그대로이니, 집을 살지 말지는 정책이 아니라 소득과 필요가 정한다.

세제가 신호등이 되면 같은 집을 가진 두 가구의 운명이 정책 발표 시점에 따라 갈린다. 한 해 먼저 산 사람과 늦게 산 사람, 완화 직전에 판 사람과 직후에 판 사람은 같은 집으로 다른 세금을 낸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손해를 본 가구는 다음 정책을 불신하고, 운 좋게 이득을 본 가구는 다음 정책을 기다린다. 어느 쪽이든 정책은 신뢰의 대상이 아니라 타이밍의 대상이 된다. 이것이 정권마다, 국면마다 반복되면 피로가 쌓인다. 새 대책이 나올 때마다 국민이 묻는 것은 “무엇이 바뀌었나”가 아니라 “이번엔 얼마나 갈까”이다. 취득 단계의 세금조차 주택 수와 지역 지정 여부에 따라 몇 배씩 달라지니, 집을 사기 전에 앞으로 몇 년의 정책을 미리 맞혀야 하는 셈이다. 이런 피로는 통계에 잡히지 않지만 시장의 체력을 갉아먹는다.

피로는 두 가지 모순된 행동으로 나타난다. 보유자는 결정을 미루고, 구매예정자는 규제선 아래로 몰려간다. 최근 15억원 이하 구축 아파트로 무주택 매수세가 집결하는 현상이 후자이다. 거래는 줄고 쏠림은 커지는 기묘한 시장은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거래비용의 문제이다. 비용을 치르고 세무사를 찾아도 끝이 아니다. 세법이 하도 자주 바뀌어 전문 세무사가 아니면 계산이 엇갈리고, 그 차이가 분쟁으로 번진다. 오죽하면 양도세 상담을 아예 포기했다는 뜻의 ‘양포 세무사’라는 말까지 생겼겠는가. 전문가조차 손을 드는 세금을 국민에게 알아서 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비용은 세무사조차 쓸 수 없는 가구에 가장 무겁게 떨어진다.

이번 개편안에도 좋은 조항은 있다. 65세 이상 1주택자가 수도권 집을 팔고 지방으로 이주하면 양도세를 감면하는 특례는 인구 이동과 지방 정주를 세제로 뒷받침하는 드문 시도이다. 그러나 이 역시 2027년 50%, 2028년 30%로 줄어드는 시한부이다. 옳은 방향의 정책에마저 유통기한이 붙어 있으니 가구는 또 계산 대신 예측을 해야 한다.

세율을 올릴지 내릴지보다 중요한 것은 바꾸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보유세는 지방재정과 연동해 안정시키고, 양도세는 주택 수 기준 중과를 걷어내 소득세로 되돌리며, 개편은 최소 수년 단위 예고제로 하자. 국민이 세금을 예측하지 않고 계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정책은 피로가 아니라 신뢰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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