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계단 피하고 자꾸 절뚝이는 부모님… ‘나이 탓’으로 넘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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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보다 걸음이 느려졌거나 한쪽 다리를 절뚝, 계단 앞에서 망설이는 모습 대표적

▲윤성환 이춘택병원장/로봇인공관절 수술센터 (이춘택병원)
명절은 부모님의 건강 변화를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다. 전화 통화로는 알기 어려웠던 작은 변화도 며칠을 함께 보내다 보면 눈에 들어온다. 예전보다 걸음이 느려졌거나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고, 계단 앞에서 망설이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소파에서 일어날 때 두 손으로 몸을 밀어 올리거나 가까운 거리에도 자주 쉬려고 한다면 단순한 노화로만 넘겨서는 안 된다.

걸음걸이는 무릎과 고관절, 척추, 근육의 상태가 종합적으로 드러나는 지표다. 통증이 생기면 우리 몸은 아픈 부위에 체중을 덜 싣기 위해 보폭을 줄이거나 한쪽 다리를 짧게 딛는다. 환자 자신은 이러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지만, 오랜만에 만난 가족의 눈에는 비교적 뚜렷하게 보인다.

먼저 살펴볼 질환은 퇴행성 무릎 관절염이다. 무릎 연골이 닳고 관절에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과 뻣뻣함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평지를 걸을 때보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의자에서 일어설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계단을 내려갈 때 난간을 잡거나 한 계단씩 조심스럽게 내려오고, 바닥에 앉는 것을 피한다면 무릎 상태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관절염이 진행되면 다리가 휘어 보이거나 무릎을 완전히 펴기 어려워지면서 보행 자세도 달라질 수 있다. 무릎관절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통증과 강직이며, 쉬었다 움직이기 시작할 때 증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

고관절 질환도 절뚝거림의 원인이 된다. 고관절은 골반과 허벅지뼈를 연결하며 걸을 때 체중을 지탱하는 관절이다. 문제가 생기면 엉덩이 바깥 쪽보다 사타구니와 허벅지 앞쪽에서 통증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양말이나 신발을 신기 어렵고, 차에 타고 내리거나 다리를 꼬는 동작이 불편해지는 것도 특징이다. 아픈 쪽에 체중을 싣지 않으려고 몸을 반대편으로 기울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절뚝거리게 된다. 고관절염은 통증과 관절 운동 제한을 일으키고 체중을 실을 때 절뚝거림으로 나타날 수 있다.

다리 불편의 원인이 관절이 아닌 척추에 있을 수도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엉덩이와 다리에 통증이나 저림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가만히 있거나 집 안에서는 큰 불편이 없어 보이지만, 일정 거리를 걸으면 다리가 당기고 저려 자꾸 쉬게 된다. 허리를 앞으로 굽히거나 앉으면 증상이 줄어드는 특성 때문에 외출할 때 유모차나 카트를 밀어야 편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부모님의 신발도 중요한 단서다. 신발 밑창 한쪽만 유난히 닳았거나 좌우 마모 정도가 크게 다르면 통증을 피해 걷는 습관이 굳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외출 횟수가 줄고 장보기나 산책을 꺼리는 것 역시 단순히 체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걸을 때 생기는 통증 때문일 수 있다.

그렇다고 걸음이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수술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초기 관절 질환은 체중 관리와 약물치료, 물리치료, 근력 운동, 보행 습관 교정 등으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통증을 오래 참아 관절 운동 범위와 다리 근력이 함께 떨어지기 전에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다. 통증을 피하려고 움직임을 지나치게 줄이면 근력이 약해지고 균형 감각도 떨어져 낙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장산의료재단 이춘택병원 윤성환 병원장은 “부모님은 자녀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통증이 있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보다 보폭이 줄거나 절뚝거리고, 계단과 외출을 피하는 모습은 관절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통증의 위치와 보행변화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관절 수술 역시 나이만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통증 정도와 관절 손상 범위, 보행능력, 일상생활의 불편, 전신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며 “걷기 어려워질 때까지 참기보다 적절한 시점에 진단받고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명절에는 부모님께 “어디 아프세요?”라고 묻는 데서 그치지 말고 함께 짧은 산책을 해보는 것도 좋다. 걷는 속도와 보폭, 절뚝거림, 계단을 오르내리는 모습, 의자에서 일어나는 동작을 살펴보면 말로 표현하지 않은 불편을 발견할 수 있다. 부모님의 달라진 걸음을 알아보는 세심한 관심이 관절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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