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입취재는 공익적 목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취재 방법과 그 과정에서 침해되는 권리에 따라 위법성이 문제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잠입취재와 관련한 주요 법적 쟁점을 현장 잠입, 취재 과정에서의 녹음·촬영, 방송 단계, 그 밖의 유의사항의 순서로 살펴본다.
취재진이 손님이나 이용객으로 신분을 감추고 영업장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곧바로 주거침입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 등 영업장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간 경우, 실제 출입 목적을 업주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주거침입죄의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출입이 제한된 사무실이나 창고, 주거공간에 들어가거나 출입 과정에서 적극적인 기망을 사용한 경우에는 구체적인 출입 경위와 방법에 따라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몰래 녹음의 경우에는 우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제3자가 몰래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따라서 취재기자가 직접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이 참여한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는 원칙적으로 이 조항에서 말하는 ‘타인 간의 대화’ 녹음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반면 취재진이 없는 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경우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참여한 대화를 녹음한 경우라도 그 이용이나 공개 과정에서 사생활이나 인격권 침해 등 별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몰래 촬영은 촬영 대상자의 초상권과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특히 신중해야 한다.
법원은 몰래 촬영의 위법성을 판단할 때 사안의 공익성뿐 아니라 촬영의 필요성, 다른 방법으로 취재할 수 있었는지, 촬영 방법이 지나치지 않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예컨대 조직적인 불법행위가 은밀하게 이루어져 공개취재만으로는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등 촬영의 필요성이 큰 경우에는 위법성이 부정될 여지가 있다. 반면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취재할 수 있는데 자극적인 장면을 얻기 위해 몰래 촬영했다면 정당화되기 어렵다.
취재 단계에서 적법하게 확보한 영상이나 녹음이라도 이를 그대로 공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범죄와 직접 관계없는 사생활까지 공개하거나, 얼굴·목소리·직장·주거지 등으로 특정인을 불필요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방송하면 초상권이나 사생활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해 불법행위가 성립하여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방송에서는 범죄 사실을 전달하는 데 필요한 범위를 넘어 개인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모자이크나 음성변조, 개인정보 삭제 등의 조치를 반드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범죄 혐의를 단정하여 방송하는 경우에는 명예훼손 문제도 주의해야 한다. 우리 형법상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명예훼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그 내용이 진실하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 형법 제31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데, 법원은 공공의 이익인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보도 내용과 성질, 공개 범위와 표현방법, 상대방의 명예가 침해되는 정도 등을 함께 고려한다. 즉, 충분한 사실 확인 없이 ‘범죄자’로 단정하거나 자극적인 편집으로 사실보다 강한 인상을 만드는 경우 공익적 고발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호받기 어렵다.
따라서 범죄 고발 다큐멘터리에서 잠입취재를 검토한다면 네 가지 질문을 먼저 던져볼 필요가 있다. 첫째, 사회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는 중대한 사안인가. 둘째, 정상적인 취재방법으로는 사실 확인이 곤란한가. 셋째, 사용하려는 잠입·녹음·촬영 방법이 필요한 범위를 넘지 않는가. 넷째, 방송 과정에서 당사자의 사생활과 신원을 최소한으로 침해하도록 조치했는가.
좋은 고발 다큐멘터리에는 때로 잠입취재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해서 무제한의 취재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원’ 미디어·엔터테인먼트팀은 영화, 방송, 공연, 매니지먼트, 웹툰, 출판, 캐릭터 등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 자문과 소송을 수행해 왔다. 콘텐츠 산업에서 요구되는 전문성과 풍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최적의 법률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2023년, 2024년, 2025년 ABLJ(Asia Business Law Journal)이 선정한 ‘한국 최고 로펌’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리며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