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연결되는 기술, 복잡해진 특허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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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에 질문을 던지면 데이터센터에서는 수많은 반도체가 동시에 계산을 수행한다. 최근에는 이런 고성능 반도체를 하나의 거대한 칩으로 만드는 대신, 기능별로 나눈 작은 칩들을 패키지로 연결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 작은 칩 조각을 ‘칩렛(chiplet)’이라고 부른다.

칩을 쪼개면 큰 칩을 하나로 만드는 것보다 제조가 쉽고 불량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연산·메모리·통신 등 기능별 칩을 조합해 용도에 맞는 반도체를 만들 수도 있다. 대신 개별 칩을 얼마나 빠르고 정밀하게 연결하느냐가 중요해지면서 특허 경쟁의 무대도 칩 내부에서 ‘칩과 칩 사이’로 넓어졌다.

칩렛은 여러 칩을 나란히 배치하거나 수직으로 쌓아 구현한다. 수직 적층에 쓰이는 대표 기술이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칩의 금속 배선을 직접 맞붙여 신호 전달 거리를 줄이는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기술 라이선싱 기업 아데이아(Adeia)는 AMD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주장한 10개 특허 중 7개가 하이브리드 본딩 관련이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절차에서는 AMD뿐 아니라 해당 칩이 들어간 서버와 PC 업체들도 분쟁에 휘말렸다.

여기서 칩렛 시대의 새로운 법적 이슈가 드러난다. 하나의 제품에 들어가는 칩의 설계사, 제조사, 패키징 업체가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칩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특허 침해가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아데이아와 AMD의 분쟁은 올해 3월 라이선스 계약으로 끝나 법원이 책임의 경계를 판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나의 기술에서 발생한 특허 분쟁이 공급망의 여러 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보여줬다.

칩렛은 이러한 변화의 한 사례일 뿐이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하나의 제품은 여러 기업의 설계·제조·부품·소프트웨어가 긴밀하게 결합해 완성된다. 그만큼 특허 문제도 개별 기업을 넘어 공급망과 협업 구조 전체의 문제로 복잡해진다. 따라서 기업들은 제품 개발 초기부터 어떤 기술을 직접 특허로 확보하고 외부 기술은 어떻게 활용할지, 협력사에서 비롯되는 특허 리스크와 분쟁 책임은 어떻게 관리할지까지 함께 고려한 특허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고은주 삼성벤처투자 투자심사역·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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