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 소재지에 하나뿐인 편의점은 문을 닫은 채였다. 주유소 가격표는 두 번 봤다. 잘못 본 줄 알았다. 생수도 육지보다 비쌌다. 놀랄 일은 아니다. 기름도 생수도 배를 타고 들어오고, 실려 온 것에는 뱃삯이 얹힌다. 섬에서는 물건값에 거리가 붙는다.
거리가 붙는 것은 물건값만이 아니다. 육지에서는 길이 나 있고 병원이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섬에서는 그 하나하나가 따로 예산을 세워야 생긴다. 그래서 이런 곳에는 나라가 돈을 보낸다. 신안군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9곳 가운데 하나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이라는 것이 있다. 2022년부터 10년간 해마다 1조원, 모두 10조원을 인구감소지역에 나눠 준다. 그러나 물어볼 것이 있다. 이 돈은 소멸에 대응하는 돈인가, 소멸을 증명한 곳에 주는 돈인가. 자격은 인구로 정해진다. 인구가 줄어야 자격이 생기고, 사정이 나아지면 자격이 흐려진다. 인구감소지역에서 한 단계 올라 관심지역이 되면 받는 돈은 외려 줄어든다. 인구를 되돌리는 데 성공한 쪽이 돈을 잃는 구조다.
효과는 어떤가. 정부가 의뢰한 심층평가는 기금이 인구나 일자리를 늘렸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돈이 많이 간 곳일수록 인구가 더 줄었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하는데, 줄어드는 곳을 골라 돈을 보냈으니 당연한 결과다. 집행도 더디다. 첫해 시·군·구에 배정된 기금은 이듬해 말까지 37.6%만 쓰였다. 나머지 열에 여섯은 지자체 금고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문제는 액수가 아니라 방향이다. 필자의 연구실에서 전국 229개 시·군·구를 분석해 보니, 지역 여건과 인구감소의 관계는 일정하지 않았다. 의사와 병원이 드문 지역에서는 의료시설을 조금만 늘려도 인구감소지수가 뚜렷하게 낮아졌다. 그러나 의료가 어느 정도 갖춰진 지역에서는 같은 수를 더 늘려도 지수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배터리가 10%일 때의 10분 충전과 90%일 때의 10분 충전은 같은 10분이 아니다.
기금의 3분의 2는 문화관광과 주거, 산업일자리로 갔다. 지자체는 해마다 사업 계획서를 내고 그 평가 점수에 따라 배분액이 갈린다. 그런데 같은 보고서를 보면, 제 지역에 가장 부족한 분야를 골라 계획한 곳이 더 높은 점수를 받지는 않았다. 무엇이 모자란지 묻지 않는 평가 앞에서 계획은 점수가 나오는 쪽으로 쏠린다.
고칠 자리는 분명하다. 지역의 상태만이 아니라 변화의 방향에도 값을 매겨야 한다. 지표가 나아진 만큼을 배분에 반영하고, 등급 사이 금액 차이를 넓혀 잘한 곳이 더 받게 해야 한다. 섬이나 산간처럼 같은 서비스에 더 많은 돈이 드는 조건 역시 지표에 들어가야 한다.
한 가지 더. 인구감소지수는 89곳을 고르고 시·도에 돈을 나누는 잣대다. 그런데 항목별 가중치와 계산 방식은 공개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필자의 연구실에서도 정부가 쓴 여덟 개 항목을 공개 통계로 모아 가중치를 추정하고 지수를 다시 계산해야 했다. 셈법을 바깥에서 짐작해야 하는 한, 그 배분이 공정한지는 누구도 확인할 수 없다.
돌아오는 배에서 섬들이 하나씩 뒤로 물러났다. 저 섬들은 올해도 자신이 사라지는 중이라는 사실을 서류에 적어 보낼 것이다. 그것이 남아 있기 위한 자격 요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