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 톡!] 선의만의 설계로는 안될 ‘복리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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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대기업의 주거비 지원 제도 악용 사례가 논란이 됐다. 회사가 직원의 주거 안정을 위해 마련한 제도를 일부 직원들이 허위 또는 편법으로 이용했다는 내용이었다. 1차적 책임은 당연히 제도를 악용한 직원들에게 있다. 복리후생 제도를 속여 이익을 얻었다면 징계는 물론 환수 문제까지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일탈만으로 보면 안 된다.

경영진이 던져야 할 더 중요한 질문은 왜 그런 악용이 가능했는가이다. 복리후생 제도는 기본적으로 직원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하지만, 제도 설계는 선의의 보통 직원이 아니라 언제나 남용, 오용의 경계선에 서 있는 직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허위 신청, 명의 차용, 실거주 여부, 중복 수급 가능성은 제도를 만들 때부터 예상해야 할 위험이다.

많은 회사가 임금이나 징계 제도는 비교적 꼼꼼히 설계하면서도 복리후생 제도는 느슨하게 운영한다. 좋은 취지로 제도를 만들면서도 뭔가 조건을 달고 싶어 한다(그냥 주는 건 이상하게 싫어한다). 그래서 복잡한 신청 요건을 만들지만 증빙자료, 사후 검증, 환수 기준, 징계 연계 조항을 명확히 두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금전적 이익이 걸린 제도라면 복리후생도 내부통제의 대상이다. 지원금 액수가 크고 장기간 반복 지급되는 제도일수록 더 그렇다.

실무적으로는 최소한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신청 요건을 너무 많이, 추상적으로 두지 말고 간단명료하면서 실제 판단 가능한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 많은 공공기관들이 지방이전 시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 방식으로 전세, 월세계약서가 있으면 일정금액을 전부 지원하는 제도를 만든 게 아니다. 둘째, 최초 신청뿐 아니라 지급 기간 중 변동사항 신고와 정기 점검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허위 신청이 확인될 경우 환수 범위와 징계 기준을 사전에 명확히 해야 한다. 제도가 따뜻할수록 기준은 차가워야 한다.

복리후생의 목적은 직원을 의심하는 데 있지 않다. 성실하게 제도를 이용하는 다수 직원을 보호하는 데 있다. 좋은 제도는 착한 의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선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제도는 단순하고 냉정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신동헌 에이플노무법인 대표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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