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투자·채권 등 다양한 방법 나와
환경계획·비용 구조 함께 마련해야

10월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제17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7)가 열린다. 2022년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이행을 처음으로 전 지구적으로 점검하는 자리다. 2010년 ‘아이치 목표’의 한계를 보완하고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자연의 손실 중단과 회복)를 이루기 위해 마련된, 2030년까지 달성할 23개 실천목표를 중간 점검하는 셈이다.
GBF에서는 이행 수단과 재정에 관한 목표들이 주목받았다.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생물다양성에 끼치는 영향을 평가·공시하도록 하고(목표 15), 유해 보조금 등을 식별해 2030년까지 연간 최소 5000억달러를 삭감하며(목표 18), 민간투자·혼합금융·녹색채권·크레딧 등으로 공공·민간을 합쳐 연간 2000억달러 이상의 재원을 동원하자는(목표 19) 내용이다. 이는 국가 정책뿐 아니라 기업 활동 전반에 생물다양성 통합을 요구하는 것으로, 자연을 훼손하는 지원은 줄이고 회복에 쓸 재원은 늘리자는 취지다. 따라서 얼마를 모으느냐 못지않게 어디에 투자하고 무엇을 성과로 볼지가 중요해진다.
먼저 투자할 장소부터 가려야 한다. 2020년 네이처에 실린 한 연구는 농경지 등으로 전환된 토지의 15%를 우선순위에 따라 복원하면 예상되는 종 멸종의 60%를 피할 수 있고, 복원 대상지를 잘 ‘배치’하면 비용 대비 효과가 최대 13배 높아진다고 추정했다. 모형에 따른 추정치이긴 하지만, 같은 재원도 어느 장소에 쓰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뜻이다. 2024년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관련 연구 186편의 665개 비교 사례를 분석해, 약 3분의 2에서 보전 활동이 생물다양성을 개선하거나 감소 속도를 늦췄음을 확인했다. 특히 침입외래종 관리, 서식지 복원, 보호지역 관리의 효과가 컸다. 이제 필요한 것은 효과가 확인된 활동을 더 넓게, 더 오래 지속시킬 재원이다.
그렇다면 먼저 투자할 돈과 나중에 갚을 돈은 어디서 나올까. 자금을 먼저 모으는 방식과 성과에 따라 돈을 버는 방식을 구별해볼 수 있다. 지분투자는 생태계 복원에 기여하는 기업의 지분을 사서 배당과 지분 매각으로 수익을 추구하고, 대출과 채권은 먼저 생물다양성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한 뒤 원리금을 회수한다. 반면 생물다양성 크레딧은 자금 조달 수단이라기보다 추가적인 생물다양성 보전·복원이나 손실 회피 성과를 측정·검증해 판매하는 수입원이다.
돈을 빌리는 일과 갚을 돈을 버는 일은 다르다. 채권도 자금의 사용처를 생물다양성 보전사업으로 정하는 ‘용도지정형’, 환경 목표 달성 여부에 금리를 연계하되 사용처는 제한하지 않는 ‘지속가능성 연계형’, 검증된 생물다양성 보전 성과에 투자자의 보상을 직접 연결하는 ‘성과보상형’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해볼 수 있다. 녹색채권과 마찬가지로 생물다양성 사업을 지원하는 채권도 자연의 회복 정도에 따라 반드시 수익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어서, 다양한 재원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사례로는 2022년 세계은행이 발행한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야생동물 보전 채권’이 있다. 투자자에게 정기이자를 지급하는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 두 보호지역에서 멸종위기종의 보전 활동을 지원하는 구조다. 원금은 세계은행이 상환하고, 별도로 멸종위기종 개체군 증가율에 따라 만기에 성과보상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 보상 재원은 지구환경기금이 부담한다. 민간자금과 공공 재원이 연결되고, 보전 성과가 금융계약의 조건이 된 셈이다.
혼합금융도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유바강 유역의 시범 복원사업에서는 공익재단의 연 1% 대출과 상업 투자자의 연 4% 대출을 결합했다. 수질 개선과 산불 위험 감소의 편익을 누리는 수도사업자와 정부의 지급금이 상환 재원이 됐다. 다만 생물다양성 크레딧 거래는 아직 훼손된 자연을 상쇄해야 하는 법적 의무에 기반한 시장이 중심이다. 성과를 누가 구매하거나 보상할지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법적 의무를 넘어서는 자발적 시장의 확대가 기대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생물다양성 복원을 위한 전략, 대상지를 선정하는 환경계획과 필요한 재원의 투자·상환 구조를 함께 설계해볼 때다. 수익을 내기 어려운 보전은 공공이 책임지고, 기업과 주민이 편익을 얻는 사업에는 장기적인 비용 분담 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 또한 투자에 그치지 않고 되살아난 자연을 확인하고 돌보는 일에도 돈이 이어져야 한다. 자연을 잘 회복시키는 사람이 그 일을 오래 계속할 수 있는 경제. 모처럼 조성된 생물다양성 보전 재원이 잘 쓰이기 위해선 적절한 전략과 계획, 성과지표와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