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공급해 사용 늘려 정확성 제고
‘저비용·고신뢰’ 확보전략 주시해야

선두추쒀(深度求索·딥시크)의 새 요금표는 중국 AI 저가 전략의 끝이 아니라 다음 단계를 보여준다. 딥시크는 8월 17일부터 V4 프로 API에 혼잡·비혼잡 요금을 적용했다. 100만 토큰 기준 비혼잡 시간의 캐시 미적중 입력과 출력은 각각 0.66달러와 1.98달러, 혼잡 시간에는 1.32달러와 3.96달러다. 혼잡 시간의 절반 수준으로 비혼잡 요금을 설계한 것은 추론 수요를 분산하고 자원 활용률을 높이려는 시도로 읽힌다.
AI의 실제 가격은 API 가격표의 숫자가 아니다. 기업이 사는 것은 토큰이 아니라 완료된 업무다. 호출료에 재시도, 지연, 통합, 보안·감사, 인간 검수를 더한 ‘업무 1건당 총비용’이 진짜 단가다. 싼 모델이 여러 번 틀리면 비싸고, 비싼 모델도 한 번에 끝내면 싸다. 일정 수준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충족한 뒤, 같은 일을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반복하느냐가 산업 경쟁력이다.
중국 선도 AI 사업자들이 제시하는 낮은 가격은 개별 기업의 출혈 경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딥시크는 전문가 혼합 구조와 압축형 어텐션으로 초장문 추론의 연산·메모리 부담을 낮춘다. 오픈웨이트와 호환 API는 도입·전환 비용을 줄인다.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같은 대형 플랫폼은 클라우드·API 유통망과 전자상거래·콘텐츠·기업 고객의 수요를 함께 묶는다. 모델 효율, 개방형 유통, 클라우드, 플랫폼 수요가 하나의 원가 체계로 맞물린다. 중국의 강점은 각 요소가 개별적으로 싸다는 데 있지 않다. 한 층에서 절감한 비용을 다음 층의 확산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정책은 초기 수요를 앞당긴다. 인공지능+ 정책은 2027년 차세대 지능형 단말과 에이전트 보급률 70% 이상을 제시했다. 베이징은 토큰·에이전트 서비스 바우처를 추진하고 ‘토큰 사용량’에서 ‘업무 결과’로 과금 축을 옮기는 사업 모델을 육성한다. 상하이는 컴퓨팅·모델·학습데이터 바우처를 운용한다. 중국 국가데이터국에 따르면 2026년 3월 일평균 토큰 호출량은 140조 개를 넘었다. 낮은 단가가 사용을 늘리고, 늘어난 사용이 다시 효율화를 압박하는 순환이다.
그러나 낮은 표시 가격이 수익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에이전트는 계획·도구 호출·실패 수정에서 단순 문답보다 많은 토큰을 쓴다. 사용량이 단가 하락보다 빨리 늘면 병목은 칩·메모리·네트워크·전력으로 이동한다. 딥시크의 시간대별 요금도 저가 전략의 포기라기보다 추론 자원의 희소성을 가격에 반영한 결과다. 또 가격 우위가 구조적 효율인지 플랫폼의 교차보조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데이터 보안, 저작권, 서비스 안정성, 공급자 종속까지 더하면 ‘싼 API’와 ‘싼 업무’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한국이 중국의 가격전쟁을 복제할 필요는 없다. 대기업은 모델 하나를 고르기보다 업무별로 여러 모델을 배치하고 완료 업무당 비용·오류율·인간 개입률을 관리해야 한다. 반도체 업계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넘어 저전력 추론 메모리와 칩·모델 공동 최적화로 가야 하고, 대학은 컴파일러와 추론 최적화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보유량보다 제조·의료·물류 현장의 처리시간과 비용을 줄인 성과를 조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스타트업은 산업 데이터와 업무 흐름을 장악해 결과에 과금하고, 금융권은 추론 비용을 뺀 매출총이익과 반복 사용률을 봐야 한다.
중국 AI의 진짜 위협은 더 큰 모델 하나가 아니다. 지능의 단가를 낮춰 AI를 모든 산업의 기본재로 만드는 시스템이다. 한국 산업계가 물어야 할 질문도 “우리 모델이 몇 등인가”가 아니다. “우리는 더 낮은 비용으로 더 신뢰할 수 있는 일을 끝내고, 그 가치사슬의 어느 층에서 이익을 남길 것인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