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위험 줄일 예방적금융 절실해
지역경제 지키고 지속가능성 높여

생산적 금융이 화두다. 흔히 생산적 금융은 첨단산업과 혁신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지역의 위험을 줄이고 기업이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변화하도록 이끄는 것도 생산적 금융이다. 그런 점에서 자연금융은 생산적 금융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일본 시가현과 시가은행이 지난 4월 공동 개발한 ‘시가 트라이 링크 론(Shiga Tri-Link Loan)’은 좋은 사례다. 시가현의 생물다양성 활동 인증을 받은 지역 기업이 탄소중립·네이처 포지티브·순환경제의 세 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 정도에 따라 대출 조건이 달라지는 구조다. 세 요소를 하나의 금융상품에 결합한 일본 최초의 시도다.
시가현에는 일본 최대 호수인 비와호가 있다. 약 1450만 명의 식수원이자 62종의 고유종이 서식하는 비와호는 주민의 생활과 생산활동을 지탱하는 핵심 자연자본이다. 수질과 생태계가 훼손되면 농업과 관광, 기업의 생산과 지역경제도 영향을 받는다. 자연을 지키는 일이 곧 지역경제를 지키는 일인 셈이다.
자연위험이 금융위험으로 바뀌는 현상은 우리 가까이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8월 경남 남해안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거제 지역 도로와 시설이 물에 잠겼다. 지역 조선소의 생산설비와 변전설비, 도로 등도 침수돼 긴급 복구에 들어갔다.
집중호우로 인해 공장과 도로, 전력·물류시설이 멈추게 되면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 복구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피해가 장기화되면 기업의 현금흐름과 대출 상환능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연위험이 운영위험을 거쳐 신용위험으로 전환될 수 있는 과정이다.
자연정보를 기업분석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국내에서도 시작됐다. 필자는 2025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기업의 자연의존도와 생물다양성 영향을 분석하는 사례를 제시하며, 자연환경복원진흥원이 국내 기업의 ‘자연관련 재무정보 공개협의체(TNFD)’ 대응 수준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를 계기로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연구진이 평가체계를 마련했다.
2025년 첫 보고서를 발표한 데 이어 올해는 대상을 늘려 두 번째 보고서를 발표했다. 금융·보험을 포함한 11개 산업군의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생물다양성·자연환경 활동과 TNFD 대응 수준을 평가한 보고서다. 국내 기업의 공시자료와 산업 특성을 반영한 한국형 자연정보 평가체계의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이는 국내 기업이 자연자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연의존도와 영향을 경영전략과 위험관리에 반영하도록 이끄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평가 결과가 보고서에 머물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부산은 낙동강 하구와 연안습지, 해양생태계라는 중요한 자연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항만·해운·수산·관광·도시개발 산업도 자연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시가현과 시가은행의 시도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위험으로부터 기업과 지역경제를 보호하는 금융체계를 만들 수 있다. 부산시는 지역의 핵심 자연자산과 우선관리지역을 정하고, 자연의존도가 높은 산업을 선별해야 한다. 평가 전문기관은 해당 기업의 자연의존도와 영향, 대응 수준을 분석·평가하고, 기업은 이를 토대로 개선계획을 마련할 수 있다. 지역 금융회사와 보증기관은 평가 결과와 기업의 개선계획을 대출·보증·투자와 연결해 기업의 대응투자를 지원할 수 있다. 이는 사후에 기업을 구제하는 금융이 아니라 자연위험을 미리 줄이는 예방적 금융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연목표를 세우고, 평가 전문기관이 기업을 분석하며, 기업이 개선목표를 마련하고, 금융회사와 보증기관이 이를 금융과 연결한다면 자연금융의 틀이 만들어질 수 있다. 금융이 사후 복구자금 지원을 넘어 위험을 미리 줄이고 기업의 변화를 이끄는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지역의 자연자산을 지키면서 기업의 경쟁력과 새로운 사업기회를 키우는 것, 이것이 지역에서 시작하는 생산적 금융이다.




